제주해군기지 설계 오류 확인…파장 클듯

제주해군기지 설계 오류 확인…파장 클듯

입력 2012-02-17 00:00
업데이트 2012-02-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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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건설 반대측 “당장 공사 중단해야”

제주해군기지(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가 15만t급 크루즈 선박이 입ㆍ출항하기에 부적합하게 설계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이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당장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술검증위 “크루즈선 입ㆍ출항 어려워” =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크루즈 입ㆍ출항 기술검증위원회’(위원장 전준수 서강대 교수)가 작성한 기술검증 결과보고서를 보면 현재 설계대로라면 해군이 약속한 15만t 크루즈 선박의 입ㆍ출항이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검증위가 설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내용은 항만의 입ㆍ출항 한계풍속(최대 풍속), 크루즈 선박의 황풍압(선박이 옆으로 받는 바람의 압력) 면적, 선박 간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항로 법선 등이다.

해군기지의 항만설계 최대 풍속은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라 초속 14m로 하는 게 적정하나 초속 7.7m로 설계됐다며 초속 14m를 적용해 선박이 항만에 접안했다 출항하는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즈선의 횡풍압 면적도 설계보고서에 나와있는 8천584.8㎡가 아니라 15만t급 크루즈선이 실제로 받는 횡풍압 면적인 1만3천223.8㎡를 적용해 선박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군이 선박 시뮬레이션을 할 때 실제로 적용했다고 주장하는 1만2천515.8㎡보다도 압력 수치가 높다.

또 항만 입구의 항로 굴곡부 중심선의 곡률 반경과 항로 폭이 여객선이 항만에 입ㆍ출항하기에 적정하지 않게 설계됐다며 항로 법선을 설계기준에 맞게 회전 각도인 교각(交角)을 완화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교각은 77도로 설계됐다.

검증위는 현재의 설계 조건에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운항난이도를 검토해보니 15만t급 크루즈 여객선이 서방파제를 입ㆍ출항할 때의 운항난이도(기준 1∼7등급)가 각각 7, 6등급으로 최고 난이도에 해당돼 여객선이 자유롭게 입ㆍ출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그러나 현재의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항만 구조물 재배치와 강력한 예인선 배치를 반영해 선박의 통항 안정성과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해군의 해군기지 항만설계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전면 재설계는 거론하지 않고 최소한의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해군기지 건설 당장 중단해야” = 이번 검증위의 보고서는 제주도 ‘민ㆍ군 복합형 민항시설 검증 태스크포스’가 지난해 9월 제기한 해군기지 설계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다만 15만t급 크루즈선(퀸메리2호 기준. 길이 345m)이 항구로 진입하려면 항만 선회장의 직경이 적어도 선박 길이의 2배인 690m 이상이라야 한다는 태스크포스의 주장은 해군의 설계대로 선박 길이의 1.5배인 520m로 해도 된다는 의견과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검증위가 공식적으로 설계 오류를 인정함에 따라 해군이 그동안 줄곧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해군기지 설계의 재검증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는 정부나 해군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 재검증 과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등 해군기지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증 결과에서 제기된 문제를 시뮬레이션을 거쳐 재검증하고 그 결과를 기술검증위에서 다시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여ㆍ야를 포함한 모든 정치권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제주도는 검증 결과에 따라 해군에 공유수면 매립권 취소 의지를 내세워 강력히 항의하라고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도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잘못된 설계에 의해 진행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만큼 국방부와 해군은 일체의 공사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은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방침을 세워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애초 서귀포시 강정 앞바다에 이지스함을 포함해 해군 함정 20여척이 접안할 수 있는 순수한 해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이 반대하는 해군기지 건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군기지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9년 4월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 등 3자가 협약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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