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 사교육비 더 늘어… 학원 규제정책 효과 ‘0’

영·수 사교육비 더 늘어… 학원 규제정책 효과 ‘0’

입력 2012-02-18 00:00
수정 2012-02-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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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1조원 절감 대책’ 실패… 원인은

17일 정부가 발표한 2011년 사교육비 실태 조사 결과는 국가적 과제로 꼽히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사실상 무의미했음을 확인시켰다. 전체 사교육비는 줄었지만 이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현상으로, 실제 사교육에 따른 가계 부담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사교육비가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의 총사교육비가 9조 46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8% 준 탓이다.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1.6% 감소한 24만 1000원이었지만 이는 초등학생이 크게 준 데다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5.4% 포인트 오르면서 통계에 잡히는 지출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과후학교를 공교육으로 분류, 방과후학교 수업료를 사교육비에서 제외하고 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중학생에서 나타났다. 중학생은 월평균 사교육비가 오히려 2.7% 늘어 26만 2000원이었고,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1.7% 포인트, EBS 교재 구입률도 1.5% 포인트 줄었다. 특히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고등학생도 4.3% 포인트 낮아져 상급 학교로 갈수록 공교육이 한계를 드러내는 양상을 반영했다.

●서울 사교육비 2.2%↑… 고교 방과후학교 4.3%P↓

특히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영어와 수학은 상황이 되레 악화됐다. 중학생은 영어가 4.4%, 수학이 7.8% 증가했고, 고등학생도 영어가 4.8%, 수학이 1.2%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사교육비가 2.2% 증가해 32만 8000원에 달했다.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48.7%로 전국 평균(56.6%)보다 크게 낮았다. 정부의 사교육 정책이 현장에서 먹히지 않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히는 대목이다.

●‘공교육보다 사교육’ 학부모들 인식 못 바꿔

사교육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에게 공교육이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사교육비를 1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하면서 각종 ‘규제정책’을 쏟아냈다. 불법 과외 신고제를 활성화하고, 학원법을 개정해 고액 학원비나 편법 수업을 막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영어·수학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에서 보듯 학원에 대한 규제가 사교육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방과후학교, EBS 교재의 수능 연계 등 공교육 강화를 위해 내놓은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번 통계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전반적으로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이 미참여 학생보다, EBS 수강 참여 학생 또한 미참여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적게 지출했다.”면서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해명했다.

교과부는 이날 수학의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수학 공부 지원 사이트 ‘EBSm’을 만들고, 영어 공부 사이트인 ‘EBSe’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수학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학교 시험 출제 형태를 바꾸고, 논술 방과후학교도 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사교육비 절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2-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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