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무엇이 쟁점인가

제주 해군기지 무엇이 쟁점인가

입력 2012-03-09 00:00
수정 2012-03-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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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논란이 뜨겁다.

해군이 최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면서 반대 측이 몸으로 막아서 충돌이 빚어지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제주도가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해군기지를 둘러싼 쟁점은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 크루즈선 입ㆍ출항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타당성, 생태계 파괴 논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소통 문제 등 크게 4가지다.

◇제주에 해군기지 필요한가 = 정부는 제주도가 해양안보를 위한 지리적ㆍ전략적 중심지로 해군기지를 건설하기에 최적지라는 밝히고 있다.

전체 교역 물동량 대부분이 통과하는 남방해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신속한 전방해역 전개를 위해서는 제주도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제주도와 부근 바다를 지키기 위해 부산 해군작전사와 진해ㆍ목포에서 해군이 출동해야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이어도까지 7시간이면 도착함으로써 부산보다 14시간30분을 단축해 영해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작전을 펼 수 있다.

한반도 해역의 중앙에 위치한 제주도는 한반도 유사시 동ㆍ서해 전장상황에 따라 전력을 융통성 있게 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해양안보를 내세워 미국의 중국 봉쇄에 협력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고, 정부가 2005년 1월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적한 것과도 배치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군사력으로 평화를 유지하려는 힘의 논리보다는 제주도를 동아시아 평화의 상징적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게 제주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방전문지 디앤디포커스 김종대 편집장은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구축함 6척과 잠수함, 항공모함 정박까지 가능해 중국이 예의주시할 게 분명하다며 신냉전 시대에 미ㆍ중 갈등이 심화돼 군사적 긴장관계에 휩싸이면 치명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령도와 연평도를 군사요새화하겠다고 한 이후 이들 섬이 어업과 관광기지로서 기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며 제주도도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어업과 관광 분야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5만t 크루즈선 입ㆍ출항 가능한가 = 최근 제주도가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에 반기를 든 것은 해군기지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입ㆍ출항 가능한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전문가들이 설계를 검토한 결과 항만 선회장의 직경이 690m 이상 돼야 하나 해군기지 항만 선회장은 직경이 520m에 지나지 않고, 항구로 진입할 때 곡률 반경도 크루즈선(퀸메리2호 기준) 길이의 4배인 1천350m를 확보해야 하나 340m밖에 안돼 항로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항만의 풍속 변수도 해양교통안전법이 정한 대로 해당 항만의 입ㆍ출항 한계 풍속(최대 풍속) 또는 초속 14m라야 하지만 초속 7.717m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도는 이를 토대로 “설계상의 중대한 기준 미달,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데이터의 오류 등으로 해군기지에 15만t급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항만 시설의 규모와 기능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한국해양대학에 맡겨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크루즈선 입ㆍ출항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제주도의 주장을 일축했다.

제주도는 그러나 국방부가 제주도를 참여시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한 선박 시뮬레이션은 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 조종자의 주관적 능력과 판단 등을 파악할 수 없어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총리실 기술검증위는 지난 1월 26일 구성돼 2월 14일에야 해군기지에 15만t급 크루즈 선박이 운항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추가 시뮬레이션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음에도 국방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올해 2월 중순에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총리실에 제출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강정해안 생태계 파괴 논란 = 환경단체들은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에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될 때부터 해양생태계와 환경 파괴 우려를 제기해 왔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강정 해안뿐만 아니라 인근 해역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해양보호구역 등이 해군기지 건설로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길이 1.2㎞, 너비 150m의 거대한 너럭바위가 있는 구럼비 해안 일대는 제주에서 보기 드믄 특이한 경관으로 손꼽힌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 멸종위기 후보종인 민물새우류인 제주새뱅이, 희귀종 식물 층층이고랭이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군이 7일부터 기지 기반공사를 위한 발파작업을 시작하면서 구럼비 해안이 본격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해군은 이에 대해 2007년과 2008년 4계절 환경영향평가를 했으며 지속적으로 보완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공사 불가피” vs “소통 먼저” = 정부와 해군은 기존 항만설계에 문제가 없는 만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안보 문제만큼은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군은 실제로 반대 세력의 저항을 무릅쓰고 경찰의 경비지원을 받아 7일부터 구럼비 해안 발파, 방파제 설치 등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우 지사는 발파가 시작된 날 해군참모총장에게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에 대한 정지 명령을 내리기 위해 사전예고 공문을 팩시밀리로 보냈다.

”최근 정부가 해군기지 항만 내 서쪽 돌출형 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공유수면매립공사 실시계획 변경을 수반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도는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접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며 20일 오후 해군기지 관계자를 출석시켜 청문할 예정이다.

제주도가 이런 강경책을 쓴 것은 우 지사와 지역 정치계, 종교계 등이 지난 5일 구럼비 해안 발파를 비롯한 공사 진행을 일시 보류하고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참여하는 시뮬레이션을 추가로 시행하자는 요구를 정부가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는 정부와 막다른 길까지 가는 대립각을 세우길 원하지 않는 눈치다. 언제든 정부가 원하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자세다.

우근민 지사는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 자체를 반대해 본 적은 없다”며 정부가 제주도를 참여시켜 시뮬레이션 검증을 하고 일시적으로 공사 중단을 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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