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도 “김재호·김정중 일면식도 없다”…‘기소청탁’ 수사 이번주 분수령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수사가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이 김 판사를 15일 소환, 조사키로 한 데다 필요할 경우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와 박 검사 후임으로 사건을 처리한 최영운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 간의 3자 대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박 검사의 서면진술서 공개로 김 판사의 청탁 전화는 일단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검사는 김 판사가 전화를 걸어와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고 말했고, 이런 사실을 후임인 최 검사에게도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술의 특성상 당사자들이 기억과 감정, 유불리에 따라 부인한다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경찰로서는 가장 큰 애로가 될 수밖에 없다. 김 판사와 최 검사는 이미 한 차례 부인한 바 있다.
박 검사 진술대로라면 김 판사가 검찰 기소후 담당 판사를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지만 나 전 의원 비방 네티즌 고발사건의 1심을 담당했던 판사는 이런 정황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1심을 담당했던 김정중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11일 “김 판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해당 사건을 맡고 나서 연락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또 검찰로부터 김 판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사실도 없다.”면서 “판결문에 나와 있는 것이 판단 기준의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6년 5월 17일 나 전 의원을 비방한 김모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는 것으로 재판을 마무리 지었다.
대법원도 김 판사와 김 연구관이 “일면식도 없다.”고 거들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인사 심의관실 확인 결과 김 연구관은 2006년 2월 2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부임했고, 김 부장은 같은 날 해외연수가 시작됐다.”면서 “두 사람은 대학 시절은 물론 임관 이후에도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써는 기소청탁에 직접 연루된 사람들 가운데 박 검사를 제외하면 기소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는 셈이다.
기소청탁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지난 2006년 나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하려고 담당 검사에게 청탁전화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나 전 의원은 주 기자를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나 전 의원 측은 “기소 청탁 사실이 없었고, 총선용 음해와 선동일 뿐”이라고 맞섰다.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판사 모두가 기소청탁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를 통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03-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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