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단 정화 안되면 또 핵폭탄급 폭로”

[단독] “승단 정화 안되면 또 핵폭탄급 폭로”

입력 2012-05-14 00:00
수정 2012-05-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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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도박’ 고발 성호스님 단독인터뷰

조계종 승려들의 호텔 도박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은 13일 “이(도박동영상)보다 더 큰 핵폭탄이 있다.”면서 “도박한 승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종단의 대처 방안을 보고 터뜨릴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성호 스님은 이날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승려들의 도박, 음주, 음행, 횡령, 은처(隱妻·부인을 숨겨 두는 행위)가 고위층에도 존재하며 그에 관한 자료, 사진, 동영상을 갖고 있다.”면서 “그것을 제가 폭로하지 않도록 그 전에 승단이 정화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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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승 승려들의 도박을 동영상과 함께 고발한 성호 스님이 13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도박, 음주, 음행, 축재를 일삼는 부도덕한 승려들을 단호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조계승 승려들의 도박을 동영상과 함께 고발한 성호 스님이 13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도박, 음주, 음행, 축재를 일삼는 부도덕한 승려들을 단호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9일)한 이후 어떻게 지냈나.

-신변에 위험을 느껴 동가숙서가식으로 지낸다.

→어디서 기거하나.

-보안상 말씀 드리기 어렵다.

→동영상 발견 경위는.

-대웅전에 기도하러 가는데 부처님 앞에 휴대용 저장장치(USB)가 놓여 있었다. 그게 지난 7일이었다. 시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컴퓨터에 넣어 보니까 도박하는 영상이었다. 부처님께서 나한테 심부름 시킨 일이란 생각이 탁 다가왔다.

→어느 절에서 발견한 건가.

-밝힐 수 없다. 운명적으로 내가 (고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불교를 위해 희생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종단이 잘되기 위해선 아픔과 희생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동영상이 부처님 앞에 있더라는 얘긴 납득이 안 간다.

-그런 걸 갖다 놓은 사람들이 나라면 (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도박에 연루된 스님들과 다른 계파인가.

-난 계파에 소속돼 있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지금 종권을 잡고 있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 소속이다. 지금의 총무원장은 이들 위에 얹혀 있는 형국이다.

→총무원 내 계파 간 갈등, 백양사 현 주지와 후임 주지를 둘러싼 갈등이 복합돼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백양사 내분은 모른다. 도박한 스님이 백양사 문중이라고 하는데 난 모르겠다.

→도박한 스님들은 안면이 있는 분들인가.

-T, E, B 등 세 명 정도다. 그들은 직업이 승려가 아니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스님처럼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도박, 음주, 결혼, 축재 등 계율을 어기는 스님들이 어느 정도인가.

-중벼슬은 닭벼슬이라고 했는데 스님들이 권력놀음에 심취해 있다. 국회의원을 국민이 걱정하듯 국민들이 종교인을 걱정한다.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스님들은 특권층이 아니지 않은가. 사회악을 일소해야 할 검찰과 경찰에선 알고도 종교집단이라고 겁먹고 조사도 않고, 여론 수그러들면 그냥 넘어가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했으면 이런 사태가 안 났을 것이다. 해외에서 몇백억원을 잃었다는 스님들도 있다.

→자승 총무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는데.

-그건 쇼다. 그 사람이 나가야 한다.

→조계종의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돈이라고 본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돈을 만지면서 도박이란 데 손을 대고, 시주란 게 자기 돈이 아닌데 자기 돈처럼 쓴다. 스님이 월급이 뭐냐. 다 도적질한 거다. 신도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내놓은 걸 자기 돈처럼 쓴다. 스님은 정진수행하고 돈 관리는 신도들이 해야 한다. 제가 고발한 것은 고발장에 적시한 피고발자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계율을 어긴 스님을 다 청소해 달라는 것이다. 사회악 척결차원에서 해야 한다.

→제2, 제3의 폭로가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있다.

-엄청난 핵폭탄이 있다. 그보다 더 큰 게 있다. 제가 고발할 때는 그냥 했겠나.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화해야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고 순교한다는 각오로 하는 것이다. 종단이 바로 가야 한다. 종단이 망할 수는 없다. 종단 정화가 들불처럼 일어나길 바란다.

→언제쯤 터뜨릴 건가.

-상황 봐서 종단이 정신 못 차린 것 같으면,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한다. 정치적인 중들, 종단을 사당화한 세력들, 처자식 숨겨 놓은 스님들은 종단에서 특별기구를 만들어 다 뿌리 뽑아야 한다. 폭탄을 터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갖고 있다는 폭탄의 실체가 있나.

-자료가 있다. 어마어마한 것이다. 서류, 동영상, 사진도 있다.

→혼자서 그런 일들을 못할 텐데, 누구와 같이 하는 건가.

-그런 게 자발적으로 온다. 얼마나 심하면 (다른 스님들이) 그런 걸 찍었겠나. 여러 곳에 묻어 놓았다.

김성호·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성호스님은 누구

1958년생으로 전북 익산 남성고를 나와 법대 2학년을 마치고 사법시험 공부를 위해 들어간 사찰에서 ‘금강경 오가해’를 접하고 1976년 금산사에서 출가했다. 동국대에서 선학과 박사를 마친 뒤 충남 대조사, 경북 운남사, 전북 금당사 주지를 했다. 송월주 스님의 총무원장(1994~98년) 시절 호법부 상임감찰, 사업국장, 사서실(비서실) 차장을 지냈다.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 현 자승 총무원장과 관련된 괴문서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멸빈(승적 박탈)의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에서 제적 징계의 효력 정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12-05-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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