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시뮬레이션 재연 거부..정부 “유감”
제주해군기지(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에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모의실험) 재연을 둘러싸고 정부와 제주도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제주도는 요구한 상황을 고려해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재연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16일 오전 11시 한국해양연구원 대덕 분원에서 시행할 예정이던 해군기지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재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지난 2월에 나온 2차 시뮬레이션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포함해 추가로 3가지 조건을 고려,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재연해 주도록 요청했으나 정부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남방파제(길이 690m)에 크루즈선 1척이 접안한 상태에서 또 다른 크루즈선 1척이 서방파제(길이 420m)에 입항하는 것을 전제로, 풍속이 27노트인 상황에서 크루즈선이 예인선에 의지해 서방파제에 우현으로 접안하는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으로 재연할 것을 요구했다.
또 서쪽에 돌출형 부두가 없고, 풍속이 24노트인 상황에서 크루즈선이 예인선에 의지하지 않고 자력으로 남방파제에 좌현으로 접안하는 경우 등도 재연해 봐야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이날 오후 이창희 산업진흥과장을 제주도에 파견,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 요청에 따라 시뮬레이션 재연을 준비했음에도 제주도가 사전에 충분한 양해나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불참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국무총리실은 이미 시행한 시뮬레이션과 동일한 조건 아래, 동일한 도선사가 시뮬레이션을 재연하는 것을 제주도가 추천한 전문가와 공무원이 참관하기로 협의했다며 제주도가 요청한 3가지 시뮬레이션 조건은 기존에 없어서 재연이 아니라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무총리실은 요구한 시뮬레이션 항행 조건은 현실적으로 상정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재연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못박았다.
제주도는 지난달 6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열린 검증회의에서 국방부의 2차 시뮬레이션 최종보고서 결과만으로는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입ㆍ출항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검증하기 어렵다며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재연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7일 이를 수용하고 16일 제주도가 추천한 도선사 2명과 관련 전문가 5명 등 7명의 검증단이 입회한 가운데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할 예정이었다.
제주도가 시뮬레이션 검증에 불참함에 따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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