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살해女 남편, 현장검증 안온 이유는…

성폭행·살해女 남편, 현장검증 안온 이유는…

입력 2012-08-25 00:00
수정 2012-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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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주민 “그놈 당장 사형시켜라”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곡동 좁은 골목길로 호송차가 들어왔다. 지난 20일 이 동네 주부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피의자 서모(42)씨가 타고 있었다. 서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내리자 순식간에 골목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모자랑 마스크 벗어라.”, “당장 사형시켜라.”고 소리를 질렀다. 침착하겠다던 다짐과 달리 피해자의 시동생 박모(37)씨는 “】새끼야, 너 내 얼굴 똑바로 기억해.”라고 소리쳤다. 언니 이모씨는 닿지 못할 발길질을 하며 울분을 삭였다. 경찰통제선도, 포토라인도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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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하는 유족   서울 중곡동 주부 성폭행 살해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24일 피의자 서모씨가 사건 현장에서 범행을 재연하자 지켜보던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열하는 유족

서울 중곡동 주부 성폭행 살해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24일 피의자 서모씨가 사건 현장에서 범행을 재연하자 지켜보던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인 차에서 내리자 골목길 ‘아수라장’

서씨는 이날 범행 전 과정을 재연했다. 범인은 당시 입었던 파란색 반소매 셔츠와 검정색 바지 그대로였지만 이씨는 ‘피해자’라는 A4용지가 붙은 회색 마네킹으로만 존재했다. 서씨는 마네킹을 든 형사가 큰길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집으로 숨어들었다. 경찰 질문에 조용히 답할 뿐 야유와 욕설 속에서도 시선은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유모(52·여)씨는 “(범인이) 키도 작고 왜소해서 더 화난다. 그 상냥한 사람이 저런 놈이 휘두르는 칼에 얼마나 놀랐을까.”라고 혀를 찼다. 최모(65)씨는 “교도소에서 먹는 쌀밥도 아깝다. 가장 잔혹하고 아프게 죽여야 한다.”고 화를 냈다.

●주민들 “왜 40분간 아무도 신고안했나” 쑥덕

집안에서의 범행 장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현장검증이 40분 가까이 길어지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이 긴 시간이 하루보다, 1년보다 길었겠다.”, “40분 동안 소리 지르고 저항했다던데 왜 아무도 신고를 안 했느냐.”며 말을 주고받았다. 인근 세탁소 주인 임모(50)씨는 “구김살 없이 웃는 얼굴이었고 항상 애들 손을 잡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슈퍼마켓 주인 한모(43)씨는 “평소 아이들을 배웅한 뒤 우리 가게에서 수다를 떨기도 했다. 비가 안 왔으면 그날도 그랬을 수 있는데….”라고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조용히 눈물만 쏟았다. 동생 이모(33)씨는 “내가 새달 1일 결혼을 하는데 일주일 전에 누나랑 통화하면서 결혼준비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마지막 통화인줄도 모르고 너무 서운하게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동생 박씨는 “범인이 교도소 들어가면 그만이라고 했다더라. 감방에서 웃으며 밥 먹고 TV 보고 하겠지.”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피해자의 남편 박모(39)씨는 자녀를 돌보느라 현장에 오지 않았고, 울다 지친 피해자 부모는 인근 슈퍼마켓 앞에 앉아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었다.

●울다 지친 피해자 부모 슈퍼 앞에서 넋 나간듯

오전 10시 45분쯤,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문을 열고 도망치려는 피해자를 잡고 서씨가 칼로 목을 찌르는 모습이었다. 튼튼한 철제 현관문이 다시 열리더니 회색 마네킹이 문턱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게 끝이었다.

집 밖으로 나온 서씨는 발끝만 바라본 채 “죄송합니다.”라고 서너 번 속삭였다. 취재진이 “다른 말 좀 해보라.”고 하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종일관 침착함을 보이던 피해자의 언니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서씨를 때리려 했지만 경찰 제지선은 너무나 견고했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묵비권을 행사하던 서씨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모든 행동을 재연했다. 진술내용과 크게 다른 점이 없으며 27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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