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女, 건넛방 세사는 할머니 살해한 이유가

화성女, 건넛방 세사는 할머니 살해한 이유가

입력 2012-08-26 00:00
수정 2012-08-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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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女 “배 아프다” 신고해도 안오자 앞집에 도움 요청… “꾀병” 말에 격분

119의 늑장 출동이 이웃 간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불렀다. 119신고에 몸이 아프다고 신고했던 50대 여성이 소방서와 경찰이 위치 추적을 하는 동안 한집에 세들어 사는 70대 할머니를 살해했다. 24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오전 9시 16분쯤 경기 화성시 우정면 조암리 한 골목길에서 김모(51)씨가 같은 집에 세들어 사는 이모(78)씨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렀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40여분 뒤 숨졌다.

김씨와 이씨는 약 1년 반 동안 마당을 두고 맞은편 방에 함께 세들어 살았던 이웃사촌이었지만 해묵은 감정이 살인까지 불러 왔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오전 8시 53분과 54분 두차례에 걸쳐 “배가 아프다.”며 119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119의 출동이 늦어지자 앞집에 살던 이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씨는 “술을 많이 먹어서 꾀병이 났다.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한다. 웃기지도 않는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격분한 김씨가 이씨를 흉기로 찔렀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화성소방서는 김씨가 정확한 주소를 말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자 김씨의 전화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결국 오전 9시 16분 경찰에 협조요청을 했다. 이후 화성소방서는 기지국을 파악해 조암리 일대 반경 1㎞ 가운데 사람들이 많은 숙박업소부터 수색하기로 하고, 신고가 접수된지 27분만인 오전 9시 20분 구급차를 출동시켰다.

경찰도 통신사에 휴대전화 가입자의 위치추적을 의뢰하고, 기지국 인근에 있는 우정파출소에 순찰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경찰과 소방서가 김씨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전 9시 43분쯤 이씨가 칼에 찔렸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서가 김씨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27분을 보내는 동안 김씨는 이웃을 살해한 살인자가 된 셈이다.

특히 범행 현장과 우정파출소의 거리가 70여m에 불과해 경찰이 순찰에 좀더 치밀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성소방서 측은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전화했는데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슴이 아프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전화를 건 휴대전화 번호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전원이 꺼져 있었고, 수색에 나섰지만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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