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흉기를 휘둘러 전 직장 동료와 길 가던 시민 등 4명을 다치게 했던 김모(30)씨가 현장검증 과정에서 끝내 오열해 일부 현장검증이 생략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여의도 칼부림’ 사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남색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에 슬리퍼를 신은 김씨는 긴장한 듯 어깨를 잔뜩 움츠렸으며, 좌우에 팔짱을 낀 형사들에 기댄 채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현장검증은 김씨가 전 직장 사무실이 있는 건물 옆 흡연장소에서 퇴근하던 피해자들을 기다리던 상황부터 시작됐다. 일요일 오전이라 범행 당시보다 근처를 오가는 인파는 적었지만 주변 상가 직원 등 시민들이 현장검증 과정을 지켜봤다.

　김씨는 흡연장소에서 1차 범행 장소인 P제과점 앞까지 피해자들을 100여m 가량 따라가 뒤에서 흉기로 찌르는 장면을 재연했다. 전 직장동료였던 피해자 김모(32)씨가 흉기에 찔린 뒤 의자를 들고 저항한 지점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을 재연하면서 모형 흉기를 쥔 김씨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김씨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자 경찰이 김씨의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다시 제과점 앞으로 돌아와 피해자 조모(31·여)씨를 향해 한차례 더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나면서 행인 2명을 찌르는 상황을 재연하는 데 이르자 김씨는 울부짖듯 오열하면서 걸음을 떼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경찰은 김씨의 상태를 고려해 김씨가 흡연장소 근처 화단에서 경찰과 대치했던 상황에 대한 재연은 생략하고 현장검증을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에서 수많은 취재진이 몰리자 극도로 긴장하고 놀란 것 같다.”며 “현장검증이 끝난 뒤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전했다.

　P제과점 안에서 이날 현장검증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이모(31·여)씨는 “피의자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평범하게 생겨서 놀랐다.”며 “앞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무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