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층 천장 임시등 주변서 최초 발화안전관리 부실 정황 확인…사법처리 방침
지난 13일 3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 화재는 지하 기계실 천장에 설치된 임시등에서 전기 합선이 일어나 불꽃이 우레탄에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27일 소방당국ㆍ국립과학수사연구원ㆍ고용노동부ㆍ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합동 브리핑을 열어 화재 당시 최초 발화점이 지하 3층 기계실 천장에 달린 임시등 주변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현장감식 결과와 당시 근무자, 시공업체 안전관리자 진술 등을 종합한 끝에 불이 난 기계실이 지하 2~3층을 터 1개층으로 쓰는 공간으로, 높이는 7.4m이며 천장 전체에 인화물질인 우레탄폼이 시공됐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기계실에서 작업 중이던 목격자들로부터 “임시등 주변에서 불꽃(스파크)이 일어나면서 우레탄폼이 칠해진 천장에 불이 옮겨 붙었다” “즉시 소화기를 가져오고 차단기를 내렸으나 1~2분 사이 불이 급격히 번졌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전기 합선이 원인인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기계실에 설치된 임시등 14개 중 3개에서 합선 흔적을, 주변에 있는 기둥에서 고온에 따른 변형과 박리 현상을 발견하는 등 임시등을 중심으로 불이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여럿 확인했다.
아울러 화재 당시 한 근무자가 휴대전화로 발화부를 촬영한 51초 분량의 영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뒷받침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등에서 시작된 불이 천장의 우레탄폼을 가열하면서 옮겨 붙은 후 천장에 형성된 열기층을 따라 우레탄폼을 태우며 급속도로 번진 것”이라며 “이후 천장과 벽면 통풍구, 통로를 통해 지하층 전체로 확산하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발화지점 주변 천장과 벽면에는 인접 공간과 연결되는 통풍구 등 통로가 여러 개 뚫려 있어 우레탄의 연소와 함께 불이 다른 층으로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다만 합선 원인과 불이 붙은 과정을 아직 규명하지 못해 외부 요인으로 전선 피복이 손상됐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스파크만으로 우레탄에 불이 붙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레탄에 불이 붙을 정도로 열을 가한 매개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당일 우레탄폼 작업과 함께 용접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했으나 화재와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일 오전 8~9시 지하 2층 우레탄폼 작업구역 안에서 배관 설비를 위한 용접작업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으나 발화 추정 시각인 오전 11시17분과 2시간 이상 시차가 있어 화재와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정황도 일부 확인함에 따라 이후 업체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조사, 화재에 대비한 인력ㆍ설비 배치 실태 등을 파악하고서 혐의가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지난 13일 오전 11시17분 서울 종로구 소격동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현장 지하 3층 기계실에서 불이 나 지하 1~3층 1만7천여㎡를 태웠으며, 현장 근무자 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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