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서 모금운동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메달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대표팀 박종우 선수에게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국민의 동메달’을 만들어주자는 인물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25일부터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커다란 피켓을 앞뒤로 두른 채 모금운동을 벌이는 권태균(62)씨.
경기도 과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권씨는 27일 “올림픽 때는 런던에 가서 축구대표팀 경기를 전부 직접 관람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오르는 모습을 보려고 런던에 갔는데 박 선수에겐 평생 짐과 고통이 될 모습까지 보게 됐다”며 “처신을 제대로 못하는 축구협회와 체육회에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나’라고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투명 플라스틱 모금함과 ‘동메달 우리가 준다’ ‘10원짜리 동전 모아 동메달 만들어줍시다’ 등의 문구와 박 선수 사진이 붙은 대형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처음엔 10원 동전에 동(銅)이 함유된 것에 착안, 동전을 녹여 메달을 제작하려 했지만 화폐 훼손이 불법이라 모금을 통해 메달을 만들기로 계획을 바꿨다.
모금함에는 10원부터 1만원까지 주화와 지폐가 모였다.
권씨는 “한 중년 여성이 동전을 넣고 가다가 되돌아와서는 목걸이를 풀어 두고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모금함 주변을 지나던 김은미(45ㆍ여)씨는 “박종우 선수가 일부러 정치적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한국이 힘이 없어 서러운 일을 당하는 것 같다”며 “’치사하니까 만들어서 준다’는 표어가 정말 적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기호(54)씨도 “동메달이든 뭐든 국민이 해줘야 한다고 본다. 내가 돈이 있으면 혼자라도 해줄텐데, 궂은 일에 나서주는 권씨에게 고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권씨는 박 선수에 대한 동메달 수여 여부가 결정 날 때까지 모금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IOC 메달이 수여되더라도 ‘국민의 동메달’을 제작해 전달한다는 것이다.
권씨는 “대표팀 선수들은 대한민국에 행복을 안겨줬다”며 “국민이 직접 주는 메달로 이번엔 박 선수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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