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범죄도 집유가 압도적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에게 법원이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이 지난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이 자료가 발표된 전국형사법관포럼에 참석한 전국의 형사재판 담당 판사들은 향후 합의나 공탁을 성범죄의 양형, 특히 집행유예의 결정적 사유로 고려하는 것에 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성범죄 사건 피고인에 대한 형사 재판의 경향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형사법관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심 선고 기준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전체 사건 피고인(2010년 482명, 2011년 468명)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2010년 41.3%(199명)에서 작년에는 48.1%(225명)로 6.8%포인트 높아졌다.
‘강제유사성교’(1.1%↓), ‘강간’(1.7%↓),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9.5%↓) 등 무거운 범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낮아졌지만, 대상 사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집행유예 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성인 대상까지 포함한 전체 성범죄를 대상으로 해도 2010년(38.8%, 1천525명)에 비해 작년(40.4%, 1천721명)의 집행유예 비율이 소폭 높아졌다. 벌금형의 비율도 2010년 10.5%(414명)에서 작년은 13.5%(573명)로 높아졌고, 반면에 무기징역을 포함한 실형은 3%가량 줄었다.
합의 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3.3%(13세 이상 강간)부터 46.4%(강제추행)까지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분포했지만, 피해자와 합의된 경우에는 63.7%(13세 이상 강간)∼89.6%(강제추행 상해)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을 때는 실형이 원칙이고 집행유예가 예외였다가,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유예가 원칙이 되고 실형이 예외가 되는 경향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의 경우도 2006∼2011년 피고인 149명의 1심 선고를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 비율은 13.4%(20명)로 집행유예(86.6%.129명)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료를 발표한 박형준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합의 여부가 성범죄자 양형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에 대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 그룹(판사·검사·변호사·형사법교수)간 인식 차이가 크다”며 “합의나 공탁을 형량이나 신병처리의 결정적 요소로 고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범죄나 증권범죄의 경우 다른 범죄군에 비해 집행유예 선고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기준을 더 엄격히 설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법관들은 성폭력 범죄 양형에 대해 피해자가 입는 고통의 정도, 금전으로 완전한 피해 회복이 어려운 범죄 속성, 친고죄 규정의 전면 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등을 고려해 합의나 공탁을 성범죄 양형이나 집행유예의 결정적 사유로 고려하는 데 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
법관들은 또 형사재판에 대한 사회의 여러 지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의 시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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