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서울서 첫 재판… 수화통역 불허 법정 ‘술렁’

‘도가니’ 서울서 첫 재판… 수화통역 불허 법정 ‘술렁’

입력 2012-09-05 00:00
업데이트 201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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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57호 재판정.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청각장애인이 재판 도중 불쑥 일어났다. 도저히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수화통역을 해 달라고 힘겨운 몸짓으로 말했다.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판은 그대로 속개됐다. 지난해 충격적인 진실을 드러내며 세상을 분노케 했던 영화 ‘도가니’에서와 비슷한 법정 상황이 이날 실제 재판에서 일어났다. 이날은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부장 성지호) 심리로 열린 재판에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소속 청각장애인 20여명이 방청객으로 나왔다.

원고 측 변호인은 재판에 앞서 “방청객을 위해 재판을 수화로 통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방청객들이 원고도, 대리인도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면서 “나중에 원고가 출석하면 허락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재판은 수화통역 없이 진행됐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은 멀뚱멀뚱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재판 도중 청각장애인이 갑자기 일어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재판을 하겠다는 취지인데 청각장애인에게 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화통역을 불허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었던 결정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법원은 “재판부는 방청객에 대한 수화통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며, 원고 측이 필요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허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2012-09-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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