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 흉기난동…기사·승객이 온몸으로 제압

버스서 흉기난동…기사·승객이 온몸으로 제압

입력 2012-09-05 00:00
업데이트 2012-09-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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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 승객 경찰관이 버스 태워줘…진상조사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흉기로 승객들을 위협해 돈을 빼앗고 난동을 부린 강도를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힘을 합쳐 제압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강도는 이에 앞서 편의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는데 경찰이 몸에 숨긴 흉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버스에 태워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5일 이모(46·고물상업·대구 동구) 씨에 대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4일 오후 7시 40분께 밀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흉기로 승객들을 위협, 돈을 빼앗고 승객을 인질로 잡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김해시 상동면 감노리의 신대구고속도로상에서 갑자기 흉기 두자루를 꺼내 운전기사 김모(5)씨를 위협, 버스를 갓길에 세웠다.

이씨는 승객 20여명을 한사람씩 차례로 불러내 주머니 등을 뒤져 현금 11만원을 빼앗았다.

이씨는 이어 승객 3명을 인질로 붙잡고 운전기사를 위협해 “같이 죽자, 수원으로 가자”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 순간 버스 밖에 있던 승객들이 출입문을 세게 두드렸고, 운전기사 김씨는 출입문을 열어 이씨의 시선을 돌렸다.

흉기를 든 이씨가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틈에 김씨는 이씨를 차밖으로 밀쳤다.

이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내동댕이쳐 졌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운전기사 김씨와 승객 3~4명이 함께 몸을 날렸다.

이들은 이씨의 양손에 든 흉기를 빼앗은 뒤 격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운전기사 김씨는 두피가 4cm 가량 찢어졌고, 승객 김모(33) 씨 등 2명은 어깨가 탈골되고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했다.

이씨는 온 힘을 다한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반격에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미 기진맥진한 범인을 손쉽게 체포했다.

20분간의 난동이 끝난 뒤 운전기사 김씨는 다시 승객들을 버스에 태워 목적지인 부산으로 출발했다.

운전기사 김씨와 승객 등 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고 말하는 등 계속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이씨가 두차례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사실을 확인,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이씨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6시20분께 술에 취한 채 밀양시 가곡동 한 편의점에 흉기 두 자루를 손에 쥔 채 들어가 “소주 한병을 달라”고 요구했다.

겁을 먹은 종업원이 소주를 내줬고 때마침 편의점 앞을 지나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씨를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 흉기를 압수한 뒤 손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줬다.

경찰은 편의점 종업원이 아무 피해를 당하지 않은 점을 고려, 간단한 조사를 한 뒤 이씨를 주거지인 부산으로 보내기 위해 시외버스에 태워 보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씨는 압수된 것 말고도 흉기를 더 숨기고 있었으나 경찰은 몸수색을 하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이 몸수색만 제대로 했어도 난동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측은 이씨가 소지한 흉기를 압수했지만 추가로 정밀 수색을 못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이씨가 2차례 정신병원 치료 경력이 있는 것을 확인,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해중부경찰서 이경곤 형사과장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용기있게 대처한 버스기사와 승객들에게 표창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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