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출생 1만명… ‘新가족’ 탄생
#2. 캠퍼스 커플인 김성진(27·가명)·박재희(23·여·가명)씨는 올해 3월 아기를 낳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2년간 동거한 이들에게 임신은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박씨는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했을 때 솔직히 낙태가 떠올랐다.”면서도 “차마 지울 수는 없었다.”고 했다. 건강한 딸은 현재 김씨 부모가 돌보고 있다. 사회의 편견을 의식해 혼인신고는 직장을 얻은 뒤 하기로 했다.
당당한 미혼 ‘엄마와 아들’
미혼모란 사실을 밝히며 당당하게 아이를 길러낸 최형숙(41)씨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준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최씨는 미혼모들의 실제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에 출연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가구인 4665만 668가구 중 부부가정, 부부·미혼자녀 가정, 부부·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을 제외한 ‘기타 가구’는 209만 6651가구로 4.5%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414만 2165가구였고, 비친족가구도 47만 9120가구에 달했다. 인구통계 방식상 미혼모·미혼부 가족이나 동거·사실혼 관계는 기타 가구나 1인 가구 혹은 비친족가구에 속한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는 15~24세 청소년 53.3%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인 두잇서베이가 지난 4월 성인 남녀 25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동거 후 결혼에 찬성’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이 늦고 성적 자유가 확대되면서 동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면서 “개방적인 성 풍속과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혼외 출생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외 출생아를 직접 키우는 미혼모가 급증한 것도 주목된다. 지난 8월 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미혼모 자녀양육 및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과제’에 따르면 1998년 7.2%에 그쳤던 양육 미혼모의 비율이 2009년에는 66.4%로 급증했다.
여성의 경제력이 상승하고 생명존중 의식까지 강해져 해외 입양을 보내던 기존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족연구소 소장은 “과거에 공고하던 ‘임신=결혼’이란 명제가 희석됐다.”면서 “최근엔 남자와 상관없이 혼자서라도 키우겠다는 여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가족’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한부모가족지원법을 비롯, 가족관계법·의료보험법·입양특례법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법적 부부가 아닐 경우에는 각종 지원 및 혜택에서 제외된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를 만드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사실혼, 동거, 동성커플 등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제도권 밖에 두는 건 장기적으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은지·배경헌기자 zone4@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