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 가짜석유 유통…수법도 치밀

역대 최대규모 가짜석유 유통…수법도 치밀

입력 2012-09-11 00:00
수정 2012-09-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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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공급부터 제조ㆍ판매까지…시중 주유소서 판매

11일 경찰에 붙잡힌 불법 석유 유통조직이 유통한 1조원대 가짜 석유 3억2천ℓ는 역대 최대규모다.

지금까지 적발된 가짜석유 최대 판매량은 약 900억원으로, 지난 1월 일당 11명이 적발된 바 있다.

서모(39)씨 등 35명은 200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가짜 휘발유ㆍ경유를 만들어 전국 길거리 판매업자와 주유소 등에 공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불법으로 만든 경유와 휘발유는 각각 1억ℓ와 2억2천ℓ, 시가 약 1조597억원에 달한다.

1조원에 달하는 이 가짜 석유는 시중 주유소에서 버젓이 판매됐다.

◇원료공급부터 유통까지…조직적 움직임 = 서씨 일당은 자금관리부터 원료공급ㆍ운송ㆍ불법유통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경기ㆍ충청ㆍ대구 등 전국을 무대로 활동한 이들은 수법도 치밀했다.

석유를 정제하고 나오는 솔벤트, 메탄올 등 부산물(용제)은 보통 금속세척, 페인트 희석제 등의 용도로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판매량과 판매처 등 모두 한국석유관리원에 보고하게 돼 있으며, 관리원에서 주기적으로 실사를 나온다.

그러나 서씨 일당이 만든 대리점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 정상적인 유통처럼 위장했다. 용제는 금속세척 공장이 아닌 가짜 석유 제조공장이나 고속도로 길거리로 흘러들어 갔다.

이 과정에서 바지사장 이모(40)씨 등 6명을 내세워 사업체를 개설, 가짜 석유원료를 주문한 뒤 폐업과 등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했다. 또 김모(41)씨 등 운전사들은 불법 사실을 알면서도 웃돈을 받고 정상거래업체가 아닌 조립식 창고와 길거리 등으로 용제를 날랐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휘발유는 철제 깡통에 담겨 페인트 가게나 길거리 소매상에 판매됐고, 경유는 주유소로 유통됐다.

이들은 한국석유관리원의 조사를 피하고자 최소 일주일에서 한달 간격으로 유령 대리점을 만들었다.

경찰은 “판매 세금계산서를 보면 형식상 정상거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용제가 소비자한테 가지 않고 불법 공장으로 간 것”이라며 “정상적인 경로를 밟으면 세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허위 업체를 만들었다 사라지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조사를 피하기위해 현금거래만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수억원씩 되는 금액을 현금으로 입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경찰 전방위 추적해 적발 = 경찰은 지난 5월 석유관리원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제조공장부터 훑기 시작해 판매책까지 수사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원료공급책부터 제조ㆍ판매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추적했다.

경찰은 가짜 석유를 만드는 공장과 원료를 운반하는 차량을 잠복ㆍ미행해 현장을 채증하는 한편, 이들이 사용하는 계좌와 휴대전화를 분석했다.

이들이 석유관리원에 보고할 때 접속한 IP와 텔레뱅킹 100여건과 수십개의 계좌, 40만∼50만건에 이르는 통화 내역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6월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일당 35명 가운데 서씨 등 6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발각된 대부분의 가짜석유 사건은 바지사장만 조세범으로 처벌받았을 뿐, 용제 판매점이나 대리점은 처벌받은 적이 없었다”며 “가짜석유 관련 전체 일당을 수사, 검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씨가 과거 구미에서 활동하던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점을 포착, 배후에 폭력조직이 있는지 관련성을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추가 연루자가 있는지 석유관리원과 협조해 수사를 확대하고, 가짜석유를 판매한 시중 주유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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