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입력 2012-09-14 00:00
업데이트 2012-09-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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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 주부 살해범 서모씨 마지막 공동생활처 담안선교회 가보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지켜봤어야 하는데….” 20년째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임석근(57) 목사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모(42)씨가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뒤 이곳을 찾아 5개월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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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 입소자들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 입소자들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담안선교회는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7개 민간갱생보호시설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200여명의 출소자가 있다. 법무부 산하인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인천교도소장을 지낸 고 이정찬 목사가 1985년 설립했다. 출소자들은 원하면 최대 2년간 이곳에서 머무르며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 담안선교회는 취업이 출소자들의 자립에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프린터용 재생 카트리지를 만드는 공장을 세워 이들을 돕고 있다.

임 목사는 서씨에 대해 “조금 더 이곳에 머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면서 “누군가 잡아 줬어야 할 때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이어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문제없이 지냈다. 나름의 사회생활도 하고 통제도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지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설을 떠나 혼자가 된 서씨는 다시 범죄의 길에 빠져들었다. 임 목사는 서씨의 범행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모든 출소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6년 출소한 2만 4626명 중 출소 후 3년 이내에 교정시설에 재입소한 비율은 22.5%에 이르렀지만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갱생보호시설에서 도움을 받았던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0.4%에 불과했다. 특히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복역한 5553명 중 초범 출소자는 8.5%, 2범 23.0%, 3범 30.7%, 4범 41.2%, 5범 이상은 50.1%를 차지해 출소자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담안선교회를 비롯한 갱생보호시설이 처한 상황은 어렵다. ‘위험천만한 범죄자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서영교(중랑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담안선교회의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6월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이 있는 서울 양천구 주민 8000여명도 지역구 의원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서명을 제출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법무부는 법무복지보호공단의 지역 지부를 새로 짓지 못하고 있다. 갱생보호시설과 지역 범죄율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한 해 6만여명이 넘는 출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국립과 민간을 합쳐 800여명에 불과하다.

담안선교회에서는 지금까지 100쌍에 가까운 출소자가 결혼했다. 마약에 빠져 있던 한 여성 출소자는 남성 출소자와 결혼해 지난해 딸을 낳았다. 이들도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여년간 교도소를 전전한 뒤 새 삶을 찾은 임 목사의 말이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2012-09-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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