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자 잇단 성범죄…경찰 ‘관리’ 딜레마

우범자 잇단 성범죄…경찰 ‘관리’ 딜레마

입력 2012-09-14 00:00
업데이트 2012-09-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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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내 우범자 512명…인권보호와 범죄예방 경계서 ‘줄타기’ 우범자 관리 법적 근거도 없어…”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 시급”

경찰이 우범자 관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우범자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자칫 ‘인권 침해’ 논란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서울 중곡동와 면목동의 성폭행·살인 사건에 이어 청주에서 2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피살된 사건까지 성범죄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우범자에 대한 경찰의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도 지난 3일부터 한 달간을 특별방범 비상근무 기간으로 설정, 성범죄 전과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 우범자 동향 파악 등 관리 강화를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이들의 동향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면 자칫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소홀히 하면 직무 유기라는 질책을 받을 수 있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청주시의 한 교량 구조물 위에 올라가 ‘경찰이 인권유린을 했다’고 주장하던 50대 남성이 투신 소동 닷새만인 같은 달 29일 목을 매 자살했다.

이 남성은 투신 소동 당시 “경찰이 집에 찾아와 부인이 보는 앞에서 27년 전의 성범죄 전과를 들먹여 죽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이 터진 이후 인권 문제가 불거져 굉장히 힘들었다”며 “주변 이웃을 중심으로 우범자 동향을 파악해야 하지만 아무에게나 물어볼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이 관리해야 하는 성범죄 우범자 규모가 적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충북 도내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대상자는 54명에 불과하지만 경찰이 관리하는 대상자는 훨씬 많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충북 도내 성폭력 우범자는 지난달 말 기준, 총 512명이다.

여성부는 법원이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내린 대상자만 관리하지만 경찰은 성범죄 전과자를 대부분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형사와 지구대 직원이 이중으로 관리하는 ‘중점관리 대상자’는 38명이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동향을 파악해야 하는 ‘첩보수집 대상자’는 224명에 달한다. 동향 관찰 없이 수사 자료로 활용되는 ‘자료보관 대상자’도 250명이다.

지난 6일 청원군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붙잡힌 L(70)씨, 지난 11일 청주시 내덕동에 사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G(46)씨도 ‘첩보수집 대상자’다.

경찰은 우범자들의 동향 파악을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방법으로 파악해왔지만 500여 명의 우범자를 관리하기에는 치안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우범자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월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경찰의 최근 성범죄 전과자 관리는 ‘우범자 첩보 수집 등에 관한 규칙’이라는 경찰청 예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경찰 내부 규칙일 뿐 아직 관련 법규는 마련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우범자 첩보 수집을 위한 명확한 근거 마련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의 한 경찰관은 “우범자들의 동종 범죄를 예방하려면 경찰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며 “인권 침해 소지가 없어야 하겠지만 경찰이 직접 우범자를 만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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