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男, 딸 왕따 시킨 여중생 찾아갔다가…

40대男, 딸 왕따 시킨 여중생 찾아갔다가…

입력 2012-10-29 00:00
업데이트 201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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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 학생에게 보복한 피해 학부모에 대한 판결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5월 11일 낮 12시 30분. 이모(45)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딸이 다니는 중학교를 찾았다. ‘왕따’(집단 따돌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딸의 전학 수속을 밟기 위해서였다. 교무실에 들른 뒤 복도에서 잠시 망설이던 이씨는 따돌림을 주도한 A양을 불러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뉘우침이 없는 A양의 태도에 순간적으로 격분한 그는 A양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고 발로 A양의 허리도 2~3회 걷어찼다. 이 사건으로 A양은 아래턱 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이씨는 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28일 이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년 동안 다른 사건으로 자격 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경우 유죄선고는 없는 일이 된다.

이 판사는 “이씨는 중학교 3학년인 피해자를 폭행해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그러나 이씨의 가족도 (왕따 문제로)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어 왔으며 이씨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선처 사유를 밝혔다. 이씨의 딸은 2학년 때부터 A양 등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한 압박감을 느꼈지만 학교 측은 아무 조치없이 3학년에 올라가서도 A양과 같은 반에 다시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강동구의 김수철(47)씨는 “같은 중학생 자녀를 둔 입장에서 이씨 심정은 이해되지만 문제가 있다고 부모가 나서서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이런 사건을 선처하면 폭행이 정당화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이 만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인 최진녕 변호사는 “재판부가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참작했을 뿐 폭행을 정당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책임은 인정하되 처벌 수위를 낮춤으로써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켜 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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