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위성 발사 번번이 러시아에 ‘발목’

우리나라 위성 발사 번번이 러시아에 ‘발목’

입력 2012-10-30 00:00
수정 2012-10-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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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공위성 발사가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측의 사정으로 번번이 표류하고 있다.

인공위성은 개발 당시부터 발사체의 환경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섣불리 발사업체를 다시 선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30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세번째 이륙을 불과 4~5시간 앞두고 발목을 잡은 것은 러시아 측이 맡은 1단 로켓인 것으로 알려졌다.

1단 하단부의 러시아산 고무 실(seal)이 파손되면서 헬륨을 주입하는 부위가 새는 현상으로 발사가 미뤄진 것.

결국 나로호에 실려 쏘아 올려질 예정이었던 나로과학위성의 국산화 기술 성능을 시험해볼 기회는 또다시 뒤로 미뤄졌다.

지난 1차 발사 때도 1단 제작을 맡은 러시아 측의 잦은 일정 변경으로 나로호 개발완료 시점과 발사 예정일이 수차례 조정됐다.

앞서 올해 하반기에 발사될 예정이었던 아리랑 5호와 과학기술위성 3호의 발사도 러시아 측의 사정으로 내년으로 미뤄졌다.

아리랑 5호는 고해상도 광학카메라를 탑재한 다목적 실용위성으로, 가로·세로 1m급의 해상도로 구름 낀 날이나 야간에도 정밀 지상관측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 개발이 완료됐으며, 발사체인 드네프르 로켓에 실려 지난해 8월 말 러시아 남부 야스니 우주기지에서 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러시아 정부 측의 사정으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는 발사체인 드네프르 로켓을 제공하는 러시아군 측에서 발사용역업체인 코스모트라스사(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 합작사) 측에 발사 비용을 추가로 요구했기 때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의 합작 프로젝트다보니 세 나라 간 힘겨루기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리랑 5호와 같은 드네프르 로켓 발사체를 쓰는 과학기술위성 3호도 발사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과학기술위성 3호는 우주에서 방출되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우리 은하계를 관측할 수 있는 ‘다목적 적외선 영상시스템’과 대기 관측, 환경 감시 등의 역할을 할 ‘소형 영상분광기’ 등을 탑재한 위성으로, 2007년 말부터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이 시작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이 러시아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회의마저 제기되고 있다.

나로호는 공동개발임에도 1단 로켓에 대한 우리나라 기술진들의 접근이 철저히 배제돼 있고, 기술 이전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불평등 계약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체에 실려 쏘아 올려지는 인공위성은 개발할 당시부터 발사체의 인터페이스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러시아 측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연기하더라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률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은 “러시아 발사체에 맞춰 위성 개발을 완료했고 지금에 와서 발사업체를 변경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바꾸는 것보다는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주개발사업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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