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평가하랬더니” 뒷돈 챙긴 심사위원장

“국책사업 평가하랬더니” 뒷돈 챙긴 심사위원장

입력 2012-11-06 00:00
업데이트 2012-11-06 0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억대 뇌물 받고 특정업체 선정한 교수 구속

국책 사업을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부터 1억원대의 뇌물을 받고 높은 점수를 주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현직 대학교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국책 사업을 발주한 공공기관의 심사위원 선발 과정에도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일 특허청 산하 발명진흥회에서 발주하는 사업의 평가심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평가대상 사업체로부터 모두 1억 467만원을 받고 좋은 점수를 주거나 사업수주 청탁을 한 혐의로 대학교수 김모(5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립대 정보통신 분야 교수인 김씨는 2009년 5월 특허청 산하 발명진흥회에서 발주하는 13억원 규모의 특허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심사하면서 정보기술업체 A사 대표 장모(52)씨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4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은 국내 특허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신규 신청되는 특허를 자동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이다. 심사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었지만 심사위원장이었던 김 교수로부터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은 A사가 해당 사업 발주 업체로 선정됐다.

특허청은 원래 공정성을 기하고자 심사위원을 임의추첨 방식으로 선발한다. 하지만 이 사업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누가 심사위원이 될지 미리 알려져 있었다. 김 교수는 2009년 5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평가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특허청 컴퓨터의 로그인 기록을 살펴보니 이 사업에서만 심사위원을 추첨한 로그인 기록이 없었다.”면서 “문제의 사업에서는 임의추첨 방식으로 심사위원 선정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선 현재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2010년 3월에는 장씨로부터 5967만원을 받고 모 공단의 고위직을 소개해 주는 등 A사가 이 공단에서 14억원 규모의 정보기술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A사는 택시 등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차량의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저장·분석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돈을 준 A업체 대표 장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이 공단의 인사비위 사건을 수사하면서 공단 이사장에게 김 교수가 청탁을 넣은 사실을 파악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두 공공기관 모두 신청업체의 제안을 심사위원의 평가로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했는데 심사위원 선발 과정이 공정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2-11-06 1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