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수험생 김동희군 “대학진학이 유일한 꿈”

암투병 수험생 김동희군 “대학진학이 유일한 꿈”

입력 2012-11-09 00:00
업데이트 201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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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투병중 이틀전 퇴원해 수능 응시 ‘투혼’

8일 경기도 가평군 일대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이 모인 가평고등학교. 올해는 전국적으로 ‘수능 한파’가 없었지만 산 밑이라 그런지 학교 앞은 유독 칼바람이 매서웠다.

교문 앞에는 중년의 부부가 발을 구르며 몇 시간째 서 있었고, 옆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119구급차 한 대가 아침부터 대기 중이었다.

오후 4시30분께 1층 건물에서 키 크고 바짝 마른 남자 수험생 한 명이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뚜벅뚜벅 걸어나오자 부부는 교문 앞으로 달려가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랜 암 투병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무사히 마친 아들이 마냥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폐암 말기 환자인 김동희(18·심석고 3학년)군의 얼굴에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과, 다행히 수능 시험을 치렀다는 안도감이 섞여 마냥 밝기만 했다.

중학교 시절 농구를 좋아하고 공부도 곧잘 했던 김군은 2010년 4월 바라던 비평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청천벽력같은 암 선고를 받았다.

유잉육종이라는 희귀한 근육암이었다.

등 한가운데 볼록하게 솟아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혹은 알고 보니 무시무시한 악성 종양이었고, 2년여가 지난 지금 암세포는 양쪽 폐까지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조혈모세포 이식과 종양제거 등 큰 수술만 벌써 7번째. 잦은 전신마취로 기억력은 감퇴했고 항암치료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김군은 끝내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건강장애학생으로 등록해 병원에서도 화상수업을 받으며 출석을 인정받았고, 지난 7월엔 잠시 학교에 나가 수업을 받기도 했다.

2살 터울의 대학생 누나는 곁에서 든든한 ‘과외선생님’이 돼줬다.

지난 9월 폐암 수술을 받고 1차 항암치료 이후 잠시 퇴원했던 김군은 한 달도 못 돼 심한 고열 증상으로 다시 병원에 돌아가야 했다.

재입원해 끝을 알 수 없는 병마와 싸우기를 37일째인 지난 6일. 김군은 가족과 병원을 설득해 기어코 퇴원 수속을 밟았다.

양 폐에 관을 꽂은 상태에서도 교육방송 교재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밥도 악착같이 먹었다. 대학 진학이라는 오랜 꿈을 눈앞에서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강원대학교 컴퓨터학과 수시 특별전형의 관문을 거의 통과한 상태다. 이제 수능에서 최저학력기준을 넘으면 면접을 거쳐 그토록 그리던 ‘대학생’이 된다.

김군은 “줄곧 아프기만 하다 보니 오히려 절박한 꿈이 생겼다”며 “공부만이 제가 병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고, 또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면접시험 준비에 들어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지난 3년간 김군을 지켜봐 온 보건교사는 “몸이 아픈데도 다른 학생보다 공부 욕심이 많은 아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수능시험까지 치러내는 걸 보니 참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군의 부모는 곁에서 애써 웃어 보였지만 가슴 한 켠의 응어리에서 나오는 한숨을 숨기진 못했다.

3년간의 투병생활에 들어간 병원비만 5억여 원.

그동안의 병원비는 집을 판 돈으로 메웠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등 첩첩산중으로 남은 수술 비용때문에 잠자리를 설친다고 했다.

김군의 어머니 박화자(44)씨는 “어떻게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려 한다”며 “건강에 해로운 데도 수능시험을 보게 한 것도 아이가 간절하게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군의 아버지는 무거운 가방을 대신 든 채로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다, 수고했어”라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김군은 이날 저녁 가족들과 유명한 맛집에서 근사하게 외식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그동안 저 간호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빨리 회복해서 호강시켜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잘 하지 않는 말인데..사랑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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