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진상’ 승객 여전…골프채 보상요구도
승객 B(39)씨가 ‘힌두’ 음식을 요구한 것. 당황한 A씨가 “힌두 음식이요?”라고 묻자 대답이 더 당황스러웠다.
”재미로 그래 봤어. 그냥 보통 기내식 주고, 이코노미클래스 빵에는 방부제가 있으니까 비즈니스클래스 빵을 줘.”
B씨는 별 문제없이 식사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후식으로 나온 멜론을 문제 삼았다.
”상했잖아. 내가 직접 식약청에 분석 의뢰할 테니 보관용 얼음을 줘. 어휴, 핥기만 했는데도 배가 아프네. 약 좀…”
승무원이 가져다준 복통약을 받은 B씨는 이번엔 “보존액과 석탄 성분이 들어있는 약”이라는 트집을 잡았다.
그는 얼마 안 가 커피를 요구했다. 종이나 플라스틱 컵에서는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며 와인잔에 따르라고 했다.
인천공항에 내린 B씨는 급기야 112에 신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멜론 때문에 고통받았다 한참을 설명하고는 해당 멜론 조각을 싸서 사라졌다.
지난달 이 항공사 방콕발 인천행 여객기에 탑승한 대학생 C(25)씨는 기내에서 승무원과 다리를 부딪치고는 “내 발목을 부러뜨릴 셈이냐”며 엄살을 부렸다.
승무원이 이내 사과했지만 C씨는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사과하시겠죠. 조만간 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내뱉았다.
그는 이어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인천공항에 내릴 때까지 승무원들에게 ‘무서우니까 안아달라’ ‘같이 사진 찍자’ ‘전화번호 알려달라’ 등 어이없는 얘기만 해댔다.
지난 7월엔 이 항공사 제주발 김포공항행 여객기 승객 D(47·여)씨가 기내 운송 중 골프 드라이버가 부러졌다며 270만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항공사 직원이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D씨가 제주에서 골프를 치다가 드라이버가 파손된 사실을 알아내자 D씨는 “더럽다 더러워”라며 한바탕 욕설과 폭언을 해댔다.
국내 다른 항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한 30대 승객이 기내에서 돈을 분실했다며 착륙 직전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한 50대 승객은 기내 통로에 서 있는 자신을 좌석으로 안내하는 승무원에게 “어디서 손가락질하냐”며 폭언을 퍼부은 뒤 보상까지 요구했다.
항공사를 상대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거짓 피해를 신고하거나 과도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여전히 극성이다.
하지만 이런 악성 민원인은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12일 “항공사 블랙컨슈머의 행태는 여객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다른 기업의 경우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국토해양부 등 정부기관에서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