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에게 107억 대출…한심한 수협

신용불량자에게 107억 대출…한심한 수협

입력 2012-11-12 00:00
수정 2012-11-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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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대가 뒷돈에 서류조작...신용불량자에게 놀아나

신용불량자에게 놀아나며 5년간 107억 원을 불법대출한 금융기관의 행태가 혀를 차게 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A(36)씨가 광주 모 수협 지점과 거래를 튼 것은 2004년이었다.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 상태였던 A씨는 자신을 인테리어 업자로 소개하고 리모델링해 건물을 되팔겠다며 장모, 친인척의 명의를 빌려 1~2억 원씩 대출해 꼬박꼬박 갚아갔다.

점차 대출규모를 늘린 A씨는 지점장과 대출담당 직원들에게 현금과 향응을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다.

VIP 대접을 받게 된 A씨는 무담보로 12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받을 정도로 ‘신용’을 쌓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이 지점은 2007년 수협 중앙회의 감사를 받게 되자 장부 조작으로 A씨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준 돈을 은폐했다.

수협측의 약점을 잡은 A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수협 측을 압박하거나 뇌물로 회유하며 담보 없이 대출받고 이 돈으로 부동산 등을 사들여 담보를 나중에 설정했다.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은 수협 측의 허술한 감정평가로 최고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담보물로 둔갑했다.

부동산 구매에는 친인척 명의도 모자라 노인 등에게 100만~400만 원을 주고 명의를 모집했다.

수협 측이 대출금액을 높여주기 위해 담보가치를 무리하게 높게 평가한 탓에 명의 대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부동산 등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출금에 비해 가치가 턱없이 낮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빚을 떠안는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다.

이들 17명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까지 돼 피해자이면서도 피의자로 처벌까지 받게 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조금씩 해주다가 자금 공백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을 메우려다 B씨에게 무리한 대출을 계속한 것이 107억여 원까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수협 측 한 관계자는 “이번 불법대출 말고도 수도권에도 200억~300억 원 부실대출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경찰 수사확대를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협의 한 임원은 “우리 지점의 총 대출액이 250억 원에 불과한데 300억대 부실대출이 더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12일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고 신용불량자 1명에게 107억여 원을 대출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광주의 모 수협 전 지점장 A씨 등 수협 임직원 5명과 이들을 통해 불법대출을 받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관련자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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