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상 노숙인에 5시간 말걸었더니 노래로 본명 흥얼거려… 가족 찾았죠”

“정신이상 노숙인에 5시간 말걸었더니 노래로 본명 흥얼거려… 가족 찾았죠”

입력 2012-11-13 00:00
수정 2012-11-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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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노숙인 단속반장’ 이명식 주무관

이명식 주무관
이명식 주무관
언제 집을 뛰쳐나왔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노숙인 김모(41·여·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40분쯤 뜻밖의 인연을 만나 지옥(?)을 벗어나게 됐다. 굶주린 나머지 서울 중랑구 신내동 한 아파트 옆 쓰레기 더미에서 허겁지겁 먹을 것들을 골라내 입에 넣던 참이었다. 평범한 주부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김씨는 2007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김씨 부모는 입원치료를 위해 지난달 22일 자로 병원에 예약을 해놨다. 그런데 입원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딸이 사라져 전국 곳곳을 찾아 헤맸다.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김씨는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처럼 거처를 잃고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서울 중랑구 ‘노숙인 단속반’이 빛을 뿜고 있다. 반장인 이명식(58·기능직 7급) 주무관은 12일 “김씨는 기억력은 고사하고 분별력을 갖추지 못해 은평구 시립병원으로 옮겼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1997년부터 노숙인 업무를 맡은 경험상 정신 이상인 사람도 잠시 정신이 돌아온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씨는 5시간이나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 이씨의 친절에 신바람이 난 듯 김씨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본명과 생년월일을 읊었다. 경찰의 가출인 찾아주기 프로그램을 통해 마침내 김씨 부모와 연락이 닿았다.

2010년 서울신문사 주최 제1회 ‘행정의 달인’에 선정되기도 한 이씨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12-1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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