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지태씨 토지반환訴 상고포기유족 “강압 인정받은 것으로 충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씨의 재산헌납에 강압성이 있었는지를 두고 유족과 정수장학회, 국가 간에 벌어진 여러 소송 가운데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고법 민사5부(윤인태 부장판사)는 김씨 유족이 “국가에 헌납한 땅을 돌려달라”며 정부와 부산일보를 상대로 낸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상고장 각하 명령을 내렸다.
이후 유족이 즉시항고 절차를 밟지 않아 앞선 부산고법의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는 김씨 유족과 정수장학회, 국가가 관련된 재산반환 소송의 첫 확정 판결이다.
앞서 유족은 김씨가 1958년 부일장학회를 설립하려고 매입해 본인, 부산일보, 부일장학회 임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가 1962년 언론 3사 주식과 함께 국가에 헌납한 땅 1만5천735㎡를 돌려달라며 2010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 부산진구, 남구, 해운대구에 있는 이 땅의 소유권은 1962년 7월 정수장학회(당시 5·16장학회)로 넘어갔다가 이듬해 7월 정부로 귀속돼 현재 대부분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김씨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헌납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증여 의사표시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다만 “증여하겠다는 의사표시는 강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유족은 항소심 패소 판결 이후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인지대를 내지 않아 보정명령을 받았으며, 정해진 기간에 이를 보완하지 않아 상고장이 각하됐다. 소송 인지대는 400여만원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이에 대해 “정수장학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낸 다른 소송과 달리 부산에서의 소송은 땅에 대한 것이어서 재산 욕심으로 제기한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며 “그런 이유가 아닌 만큼 강압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받은 걸로 충분하다는 판단에 소송의 정당성을 위해 상고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 민사12부(박형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부산일보 등 주식 양도소송의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변호인 선임이 늦어져 지금까지 실질적인 변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원고 측이 재판을 제대로 준비하려는 자세인지 부정적인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에 유족 측은 “우리가 원했던 대형 로펌 3∼4곳이 피고 측이 여당의 대선후보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나서지 않아 그동안 변호인 선임에 고충을 겪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번 소송의 쟁점이 ▲구체적 사실관계 규명 ▲대법원 유사 판례 평가 및 법률적 검토 ▲원고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의 청구주식 규모 등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은 재판이 끝난 뒤 부산고법에서 진행된 소송의 상고 포기와 관련 “재판은 시대의 흐름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족을 두 팀으로 나눠 재판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계획이었다”며 “다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뒤집기 어려워 상고를 포기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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