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男, 50m 땅꿀 파 훔친 물건이...

30대男, 50m 땅꿀 파 훔친 물건이...

입력 2012-12-04 00:00
업데이트 2012-12-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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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 땅굴’ 파 송유관서 기름 73억원 훔쳐...5명 구속·8명 불구속·11명 수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비까지 동원해 3개월동안 송유관 주변에 길이 50m의 땅굴을 판 뒤 73억원어치의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땅굴을 판 뒤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정모(34)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정씨 등이 훔친 기름을 사들인 혐의(장물취득)로 주유소 업자 등 8명을 불구속입건하고 달아난 11명을 쫓고 있다.

정씨 등은 경북 김천시 아포읍 주변을 지나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뒤 지난 8월부터 11월 하순까지 휘발유 및 경유 400여만ℓ(시가 73억2천여만원)를 훔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송유관 주변의 주유소를 구입해 지하 3m에 있는 저유탱크의 벽면을 파내는 방법으로 송유관이 있는 곳까지 50여m에 이르는 땅굴을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곡괭이와 삽으로만 뚫었다.

폭 1m, 높이 1m의 땅굴을 파는 동안 이들은 오차없이 목표지점까지 정확하게 땅굴을 뚫기 위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레이저 수평계와 지하공기 정화용 장치까지 동원했다.

또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 밑의 땅굴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버팀목을 양쪽으로 설치하고, 파낸 흙은 신속하게 밖으로 꺼내기 위해 갱도 바닥에 레일까지 설치했다.

이들은 범행으로 얻은 수익금을 분배할 때 서로 자신들의 중요도를 강조하기 위해 땅굴 파는 과정을 휴대전화 영상으로 촬영까지 해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압수됐다.

땅굴이 완성되자 이들은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뒤 유압호스로 주유소 저유탱크와 연결해 기름을 빼냈다. 이들은 훔친 기름을 탱크로리에 담아 서울·경기지역의 주유소에 ℓ당 150~200원 가량 싸게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처음 구입한 주유소 저유탱크가 훔친 기름의 양을 감당하지 못하자 또 다른 주유소를 임차해 훔친 기름을 보관하면서 처분해왔다.

이와 함께 땅굴이 설치된 곳에 있는 주유소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셀프주유소’로 계속 운영을 하면서 주변 다른 주유소보다 기름값을 비싸게 책정해 운영하는 수법으로 손님들이 오지 않도록 했다.

정씨 등이 70억원대의 기름을 훔치는 동안 대한송유관공사측은 일부 구간에서 송유관의 유압이 떨어지는 것을 파악했지만 경찰에 수사의뢰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당 가운데 일부는 송유관 절도 등 비슷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었지만 “소액을 투자해 거액을 얻는 것은 ‘절도’가 아니라 ‘사업’이다”라며 다른 일당을 꼬드겨 범행에 가담시켰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이들은 범행과정에서 훔친 기름의 종류를 분류하거나 저장하는 역할, 운반책, 주유소 바지사장 등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했다”며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레이저 수평계 등 장비와 범죄 수익금 1억여원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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