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스타 ‘효봉스님’ 장윤수씨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선언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보셨다시피 가장 무서운 사람은 역시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잃을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네. 님들은 진짜 무서운 사람들인 것 같아요.”장윤수씨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패러디 글로 큰 인기를 얻은 아이디 ‘효봉스님’의 실제 주인공은 장윤수(27)씨다.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장씨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충북대에서 철학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장씨는 현재 웹매거진 ‘쇼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고결하고 희망을 안겨 주는 혜민 스님과 세속적이고 절망적인 삶을 사는 친한 (정)효봉이형을 합쳐 ‘효봉스님’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면서 “그냥 재미 삼아 낄낄대면서 글을 올렸는데 너무 큰 호응을 받으니 얼떨떨하더라.”고 했다.
언론 매체에서는 ‘치유’(힐링)나 ‘불안한 청년층’ 따위의 의미를 덧입히며 ‘효봉스님 신드롬’을 해석했다. 장씨는 그게 영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 생기면 그걸 꼭 사회문제로 파악해 분석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들 각박하게 사는 게 싫어서 그저 유쾌하게 살려고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도 큰 고민 없이 키보드를 잡고 죽 써 내려간다고. 퇴고도 따로 없다.
비꼬는 글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장씨는 “친구도 별로 없고 조용히 살아왔는데 사람들이 반응하는 자체가 고맙다.”면서 “내 인생 최초의 성공”이라며 웃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하면서 내가 위안을 받을 때도 많다.”면서도 “지루해지면 언제든 그만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의 인생관은 ‘재밌는 일이나 돈 되는 일은 무엇이라도’라고 했다. 그는 “입에 풀칠 정도만 하고 재밌게 살고 싶다.”면서 “성공 강박증에서 벗어나 모두가 신 나게 사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12-06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