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주인들 “이러다 단골손님 없어질까 걱정”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숯불갈비점을 운영하는 정모(52)씨는 8일 저녁 손님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지난 8일부터 넓이 150㎡ 이상의 음식점에서 흡연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공중이용시설은 건물 뿐 아니라 정원과 주차장 등 옥외까지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9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금연 표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금연 표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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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식사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손님에게 정부 방침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지만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정씨는 “술에 취한 일부 손님은 시비조로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모(47)씨는 8일 저녁 친구 10여명과 서울 송파구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모임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주인에게 ‘안에서 담배 피울 수 있느냐’고 묻자 ‘안 된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식당 밖에서 한 대 피우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지만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일행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종업원들은 몇차례 만류했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이 담배를 계속 피우자 결국은 못 본체 했다.
김씨는 “이나마도 우리 자리가 개방된 곳이 아닌 별도의 방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8일부터 음식점과 공중이용시설, 정원, 주차장 등에서 흡연을 금지하자 서울시내 식당과 카페 등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려는 손님과 이를 말리는 음식점 주인, 종업원 사이의 크고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음식점 주인들은 과태료(1차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가 두려워 손님 자리에서 담배 연기만 나면 부리나케 달려가 진화(?)하기 바빴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목동의 숯불갈비집 사장 정씨는 9일 “나도 흡연자이지만 밥 먹고 술 마시면 담배 피우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냐”며 “앞으로 손님들에게 담배 갖고 뭐라고 했다가 단골손님 다 떨어져나가게 생겼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충무로에서 대형 고깃집을 하는 이모(48)씨도 “어제도 손님들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더라”며 “이렇게 불평하는 손님들을 다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반면 넓이 150㎡ 이하의 영세 식당 주인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장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골뱅이집을 운영하는 장모(45·여)씨는 “어제 저녁 가게 문 열고 ‘여기 담배 피울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하니까 들어온 일행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흡연자 손님 중에도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사람도 있다.
홍영표(29)씨는 “정부 발표대로라면 앞으로는 담배 피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새해도 다가오는 만큼 이번 기회에 담배와 인연을 완전히 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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