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잔혹사’ 이웃 동갑내기 상인끼리 진실공방

’낙지 잔혹사’ 이웃 동갑내기 상인끼리 진실공방

입력 2013-01-30 00:00
업데이트 2013-01-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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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수조에 빙초산 누가 부었나?…CCTV조사, 국과수 의뢰까지

산 낙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웃한 시장상인끼리 진실공방이 벌어져 결국 국과수 감식과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오전 9시께 광주 동구 남광주 시장의 한 어물전. 산 낙지를 파는 이 가게의 수족관에서 갑자기 낙지들이 몸부림을 쳤다. 격렬하게 꿈틀대더니 급기야 폭포 식으로 설치된 수조 밖으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물전 주인 A(45)씨는 깜짝 놀라 수족관으로 뛰어갔다. 낙지들만큼이나 A씨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낙지 수족관 주변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진동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A씨는 서둘러 수족관 물을 갈았다. 그러나 낙지 6마리가량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

A씨는 코를 찌르는 강한 식초 냄새에 누군가 식초를 뿌렸다고 의심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현장은 훼손돼 있었다. 수족관 물이 중요한 증거자료인데 경찰이 오기 전 주인이 이미 교체해 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식초냄새는 어물전 곳곳에 퍼져 누군가 수족관에 식초류를 뿌렸다는 의심을 할만했다.

경찰은 수족관물과 수족관 주변 칸막이에서 액체를 채취했다. 옆 가게에 설치된 CCTV도 확보했다.

CCTV 확인 결과 누군가 플라스틱 바가지를 A씨의 낙지 수족관 옆에 놓더니 이리저리 옮기다 쏟아 붓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바로 옆 어물전 주인 B(45·여)씨였다.

나란히 붙은 가게에서 똑같이 산 낙지를 팔던 B씨와 최근들어 소원하게 지내던 A씨는 B씨가 빙초산을 수족관에 부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B씨는 “물을 부었다”며 부인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채취한 액체와 죽은 낙지를 감식의뢰했다. 국과수 감식 결과 수족관 옆 칸막이에서 채취한 액체에서 빙초산이 검출됐다.

그러나 B씨는 자신이 일부러 빙초산을 수족관에 넣은 게 아니라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결국 B씨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하기로 했다.

한 경찰관은 30일 “낙지 몇 마리 죽은 것 갖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하느냐는데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라며 “범인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B씨가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십 번 CCTV화면을 되돌려보는 등 신중히 처리하고 있다. 동갑내기 두 상인은 서먹서먹한 감정을 애써 감추고 지금도 나란히 낙지를 팔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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