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구국선언’ 36년만에 누명벗은 재야 거목들

‘민주구국선언’ 36년만에 누명벗은 재야 거목들

입력 2013-07-03 00:00
업데이트 2013-07-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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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서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긴급조치를 곧 철폐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다가 투옥된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지금은 당연하게만 보이는 이 문장을 문제 삼아 민주 인사들에게 씌운 누명을 벗어내는 데 꼬박 36년 3개월이 걸렸다.

1976년 12월29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문익환 목사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은 3일 “긴급조치 9호의 위헌성에 대해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서울고법의 판결은 이듬해 3월22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의 재심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312호 법정 앞에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축하 인사가 미리 오갔다.

100여석의 방청석은 함세웅·문정현 신부,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등 생존한 피고인을 비롯해 이희호 여사,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 고인이 된 피고인의 유족들로 가득 찼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은 숙연해졌다. 검사는 작은 목소리로 무죄를 구형했다.

휠체어를 타고 법원에 나온 이희호 여사는 가끔 법대를 올려다볼 뿐 재판이 진행된 20여분 동안 시선을 내리깐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함세웅 신부는 ‘최후진술’을 통해 “통치권자와 행정·사법부의 모든 분들이 진솔하고 정직하게 사죄해야 한다”며 “재판장께서 사법부를 대신해 속죄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 이규진 부장판사는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보상과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이 판결에 진실되게 담겨있음을 알아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희호 여사는 재판이 끝난 뒤 “(30여년 전) 남편이 투옥된 뒤 수감됐던 병원 병실은 창문에도 비닐을 붙여 밖을 내다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단히 기쁘다”면서 “재판부가 바르게 판단해 모든 사람들이 죄없이 수감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감회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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