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수-진보 논쟁이 살인으로 비화한 이유는

인터넷 보수-진보 논쟁이 살인으로 비화한 이유는

입력 2013-07-17 00:00
업데이트 2013-07-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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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르다고 신상 털며 비난,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어진 보수, 진보 논쟁이 살인사건으로까지 비화한 이유는 뭘까?

익명성을 무기로 상대방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신상 털기’까지 하며 비난하다 보니 결국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가 살인 혐의로 붙잡은 백모(30)씨와 피해자 김모(30·여)씨는 2010년부터 모 인터넷 사이트 정치, 사회 갤러리에 진보성향의 글을 나란히 올리면서 가까워졌다.

김씨가 자신의 채팅 사이트 아이디를 백씨에게 알려줄 정도였다.

특히 미모인 김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지만 논리정연한 글을 많이 올려 이용자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렸기 때문에 백씨는 김씨의 지지 댓글에 고무됐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그러다가 김씨가 지난해 초·중반부터 갑자기 보수성향으로 바뀌어 자신의 글을 반박하기 시작하자 백씨는 감정이 상했고 욕설을 불사하는 등 격돌했다.

백씨는 또 김씨의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성적인 모욕감을 주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김씨가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백씨는 지난해 9월 사과의 글을 적은 대자보 사진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백씨는 사과의 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모방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정의의 심판자’ 행세를 하며 백씨를 더 몰아붙였고 백씨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위축됐다.

고졸인 백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이 사이트 활동에 상당히 집착했고 비난 댓글이 달리면 화를 참지 못해 동생을 때릴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데 이 일로 감정이 폭발한 것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백씨는 3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고 범행 후 5시간 만에 문제의 사이트에 김씨를 살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패러디물을 올리기도 했다.

모 개그 프로그램의 사진에 상의를 걷어올린 사람의 얼굴에 김씨의 아이디를 넣은 것이다.

자신이 김씨를 제거했다는 것을 자랑한 셈이다.

백씨가 은신처에 범행에 사용한 흉기 2개와 옷가지 등을 잘 보관하고 있었던 것도 빗나간 승리감을 만끽하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백씨는 검거 후 범행 동기와 과정 등을 자랑하듯이 얘기하며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아 수사 중인 경찰이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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