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소동에 투신까지…한양골프장 무슨 일 있길래

시너 소동에 투신까지…한양골프장 무슨 일 있길래

입력 2014-04-04 00:00
업데이트 2014-04-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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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필드에 4차례 불, 지난해 12월 전동카트 키 120개 도난

해고된 직원이 이사장실에서 시너 방화 위협 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9일 만인 지난 3일에는 또 다른 직원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수도권 명문 한양골프장에 최근 사건·사고가 잇따라 시끌시끌하다.

한양골프장 팀장 김모(52)씨는 지난 3일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15일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A4 용지 반쪽 분량의 유서에는 “골프장이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과 직원 2명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선 지난달 25일에는 대중골프장 9홀 증설과 관련, 경영진에 불만을 제기하다가 지난해 11월 해고된 정모(52)씨가 이사장실에서 시너를 뿌리고 방화 위협 소동을 벌였다.

숨진 김씨는 대중골프장 증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김씨가 유서에서 비난한 인물 2명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방화 소동을 벌인 정씨다.

이 골프장에는 지난 달 6일부터 30일까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화재가 무려 4차례나 났다. 모두 풀이 긴 필드 러프 지역에서 발생했다.

불은 오전 5시 무렵 2차례, 오후 7시 라운딩이 끝날 무렵 2차례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 영업을 막 시작했거나 끝날 무렵에 발생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3차례 화재 현장에서는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경찰에 수사에 나섰으나 아직 실화인지 방화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담배꽁초 감식을 의뢰하고 CCTV 분석과 탐문수사를 벌이는 등 나름대로 사건 해결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실마리가 될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석연치 않은 일은 지난해 12월에도 있었다.

12월 1일 영업이 시작되기 전 골프장에서 운영하는 전동카트 120개의 키가 모두 도난당했다.

전동카트의 키는 내다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산 가치가 없어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랬는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경찰은 골프장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지만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한 때 정씨가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했지만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화재 사건은 실화나 방화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고, 도난 사건도 골프장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도난사건→화재사건→방화 소동→투신 등 일련의 사건이 지난해 10월 사장이 바뀌고 9홀 증설 공사를 시작한 뒤 꼬리를 물고 이어진 점이다.

골프장 경영진은 현 경영진에 불만인 직원들을 의심하고 있고, 불만을 제기한 직원들은 화제를 돌리기 위한 경영진의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하며 마찰을 빚고 있다.

1964년 개장, 36홀인 이 골프장은 오너가 골프장을 운영하고 회원들은 라운딩에 혜택을 받는 일반 회원제 골프장과는 달리 주주회원 1천129명이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3년 임기 이사장을 주주회원 총회에서 임명하고 사장은 이사장이 임명하는 체제다.

경찰은 경영진 교체로 상사와 부하의 자리가 뒤바뀌는 등의 일로 직원 간 알력이 생기며 일련의 일들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방화 소동이 벌어진 뒤 9홀 증설 과정에 비리가 없는지 알아봤지만 문제가 될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며 “경영진 교체 후 직원 간 이해가 엇갈리며 잡음이 계속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화재나 도난 사건에 대해 경영진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며 골프장의 누적적자가 300여억원에 달해 긴축 경영을 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련의 사건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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