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부모님 생각해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부모님 생각해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입력 2014-04-19 00:00
업데이트 2014-04-1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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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찾는 백부·단원고 후배 등 실종자에 전하는 ‘희망 메시지’

“조카야, 꼭 살아 있어 줘. 기적은 있을 거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18일 중년의 사내가 실종된 조카의 마지막 흔적을 더듬으려고 텅 빈 안산 단원고를 찾았다. 실종자 명단에 오른 임모(17·단원고 2학년)군의 큰아버지인 그는 “진도로 내려간 동생네 부부에게 조카로부터 마지막 연락을 받았느냐는 말조차 건넬 수 없었다”면서 “반드시 기적이 일어날 테니 부디 살아만 있어 달라”고 간절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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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묵이를 지켜주세요”
“승묵이를 지켜주세요”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인 실종자 강승묵(17)군의 학부모가 운영하는 안산 상록구 슈퍼마켓 앞에서 18일 학생들이 강군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글을 쓰고 있다. 닫혀 있는 슈퍼마켓 문 앞에는 강군의 부모가 전남 진도에 가기 전에 쓴 ‘단원고 우리 승묵이를 지켜 주세요!’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이날 오후 단원고 2학년 5반 교실 앞을 서성이던 박모(16·단원고 1학년)양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는 실종자 서동진(17)군에게 “선배가 짓궂은 장난을 치면 내가 욕을 했었는데, 내가 용서를 빌 테니까 꼭 돌아와 달라”고 전했다.

“언니, 오빠들, 꼭 돌아와요!”라고 외치는 단원고 연극부 소속 1학년 학생 10여명은 단체로 2학년 교실들을 돌아다니며 교실 출입문과 창문 등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오혜원(16·단원고 1학년)양은 “(이번 사고로 실종된) 요한 선배에게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고 썼다”며 “돌아오면 매점에 같이 가서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극부 후배인 고종덕(16·단원고 1학년)군은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으니까 모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선배들,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안산 YMCA 활동을 하며 후배들과 친분을 쌓았다는 서정주(18·단원고 3학년)양은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 5명이 아직 연락이 없다”며 울먹였다. 그는 “불과 사고 나흘 전에 교회에서 얼굴을 봤다”면서 “후배들에게 수능이 끝나면 한턱 내겠다는 내용으로 내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후배들이) 아직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양은 마음을 가다듬고 “얘들아!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고 외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4-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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