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개축 공사 전 가스차단 의무 없어…위험성 알고서도 공사

10일 오후 철거 중 무너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의 공사 현장에서는 가스 배관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경찰과 가스 공급업체 등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9일 건물에 가스를 공급하는 지하 배관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급업체는 12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철거업체는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사고 여파로 가스 배관이 파손되면서 가스 냄새가 퍼졌고,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근 1천876 가구에는 2시간가량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사고였던 셈이다.

사고는 건물의 수평 증축 공사를 위해 상층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 건물은 패션브랜드 ‘에이랜드’가 입점했던 곳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에게 친숙한 장소다.

파손된 가스 배관이 붕괴 건물에 있는 것인지, 인접 건물에 설치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가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건물이 무너지면서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누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인 이 건물은 25년 전 지어졌다.

5층은 일주일 전 철거됐고 이날은 오전 8시부터 굴착기로 4층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건물에 유입되는 가스는 지하에 매설된 ‘인입배관’, 외벽에 설치된 ‘입상배관’을 차례로 거쳐 층마다 연결되는 ‘내관’을 통해 내부 곳곳으로 공급된다.

철거업체가 직접 내관만 잠근 상태였기 때문에 공사 당시 지하배관과 입상배관으로는 가스가 유입되고 있었다.

그러나 관련 업체에 따르면 도시가스사업법이나 건축사업법 등에 증·개축 공사를 할 때 가스공급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가스 밸브가 열린 채로 건물을 부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각종 공사현장에 가스 누출의 위험이 잠재한다는 것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스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철거는 물론 증·개축 공사를 할 때에도 사전에 가스 배관 차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며 “낡은 건물이라 붕괴 위험이 있고, 이왕 차단조치를 요청했다면 이를 기다렸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거업체 관계자는 “가스차단이 의무는 아닌데다 층마다 연결된 배관은 잠그고 작업했다”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지하배관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