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받을 교사도, 줄 학생도 없잖아요”

“카네이션 받을 교사도, 줄 학생도 없잖아요”

입력 2014-05-15 00:00
수정 2014-05-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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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30일째이자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는 유난히도 쓸쓸해 보였다.

분향소 제단에는 단원고 전 교감과 희생된 2학년 담임교사 6명의 영정이 학생들의 영정 옆에 나란히 안치되어 있었다.

교사들의 영정 앞에는 ‘존경하는 선생님께’라고 적힌 편지들이 놓여 있어 이미 옛 스승을 추모하는 제자들이 다녀간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영정 속에서나마 환하게 웃는 교사와 학생들의 표정은 오늘따라 더 유족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듯했다.

스승과 제자 모두 세월호 참사로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터라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희생자 가족 대책위)는 스승의 날을 맞아 희생된 교사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학생 유족들은 학급별로 한명씩 분홍색 바구니에 담긴 붉은 카네이션을 양손에 고이 들고 분향소로 들어갔다.

분향소에는 희생 교사의 부모와 구조된 학생들의 학부모들도 함께했다.

희생자 가족 대표가 먼저 학생과 교사, 일반 승객들에게 대표로 헌화하고 묵념을 했고, 그다음 단원고 전 교감과 교사들의 영정이 한 데 모여 있는 제단 앞으로 향했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시고 안아주신 은혜 잊지 못할 겁니다. 끝내 피어보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하신 선생님, 부디 영면하시고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꿈에서라도 환하게 웃는 모습 뵙기를 기도합니다”

한 유족이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어 내려가자 눈물을 참아왔던 유족들은 소리 내 울음을 터트렸다.

학급별로 준비한 카네이션 바구니는 제단 위 희생교사 영정 왼쪽에 하나씩 놓였고, 바구니가 차례로 전해질 때마다 유족과 구조된 학생의 부모들은 탄식이 섞인 눈물을 흘렸다.

학생 유족들은 분향소를 나서기에 앞서 희생 교사들의 영정 앞에서 자신의 자녀를 대신해 희생된 교사 부모들의 가슴팍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학생 유족과 교사 유족들은 모두 자녀를 대신해 카네이션을 주고받았고 ‘감사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서로 손을 부여잡고 슬픔을 나눴다.

희생자 가족 대책위는 “아직 실종된 선생님 중 한 분이 제 중학교 은사님이다”며 “카네이션을 받을 선생님도 줄 학생도 없어 영정이 있는 분향소에서라도 이렇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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