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점검 위탁 ‘경고등’

소방점검 위탁 ‘경고등’

입력 2014-05-28 00:00
수정 2014-05-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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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업체 선정, 유착 우려

지난 26일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고양시 버스종합터미널 화재와 관련, 건물주가 민간 소방관리업체에 위탁·실시하는 소방점검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건물주가 소방안전 설비에 대해 민간업체로부터 확인 점검을 받고, 보고서만 관할 소방서에 제출하는 방식인 탓에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스프링클러(살수기) 설비를 갖춘 연면적 5000㎡ 이상의 건물로 매년 종합정밀점검을 자체 실시해야 하는 곳은 2013년 현재 11만 6124곳에 이른다. 하지만 건물주가 민간업체를 통해 자율적으로 점검하는 데다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실정이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소방관리업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점검이 완료된 것으로 보고받은 소방설비의 상당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사 기간을 연장했다. 도 관계자는 “1주일 동안 소방관리업체가 점검을 완료한 소방점검대상물 75개소를 확인한 결과 스프링클러, 화재감지시스템 등 기본적인 경보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은 곳이 11곳이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2년 2월 소방인력 부족 문제와 민관 유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금껏 소방 당국이 하던 소방조사를 화재 발생 우려가 높거나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와 유사한 대상만을 선별해 소방특별조사를 하는 대신, 나머지는 관리업자나 소방안전관리자를 통해 자체 점검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관리 부실만 키워 놓았다고 지적한다. 정기성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건물주가 관리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관리업체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건물주가 단가가 싼 업체를 찾다 보니 형식적으로 점검하거나 문제가 있더라도 입을 맞추고 넘어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특별조사로 바뀐 뒤로는 20~30년간 소방 당국의 점검을 받지 않는 건물도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인력 규모로 모든 건물을 직접 점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소방 당국의 입장이다. 방재청 관계자는 “한 건물을 제대로 점검하려면 2명의 소방시설관리사가 한 달을 점검해야 한다”면서 “전문성을 담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체 점검을 유지하되 소방특별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건물주와 관리업체, 소방 당국 간에 교차 점검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5-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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