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판 절차 신중 심리 필요”
법원이 지난 대선 때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유출한 혐의로 약식기소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정문헌 의원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단독 이상용 판사는 17일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밀누설금지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된 정 의원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 판사는 “공판 절차에 의한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돼 약식 명령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또 국가정보원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문병호, 이종걸, 김현 의원 등 4명에 대해서도 정식 재판 회부를 결정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공판 절차에 신중한 심리가 상당하다고 인정돼 약식명령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검찰의 결정을 유보한 데는 ‘짜맞추기’ 수사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 내용이 유출되면서 지난 대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관련자들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정치·법조계에서는 ‘면죄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정 의원을 제외한 새누리당 김무성, 서상기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9명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법원이 정해진 수순을 앞당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야당 의원들이 무리한 검찰의 기소에 정식 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명백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의미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06-18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