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로 철갑상어 집단 폐사…보상받을 길 막막

공사로 철갑상어 집단 폐사…보상받을 길 막막

입력 2014-06-18 00:00
업데이트 2014-06-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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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철갑상어양어장, 농공단지 공사 후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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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동송읍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명재(36)씨가 무더위 속에 죽어가는 철갑상어를 떠내고 있다. 그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찬 지하수를 공급하던 관정이 묻히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끊어져 2천500마리나 됐던 철갑상어가 이제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명재(36)씨가 무더위 속에 죽어가는 철갑상어를 떠내고 있다. 그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찬 지하수를 공급하던 관정이 묻히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끊어져 2천500마리나 됐던 철갑상어가 이제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다시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서 지난 2007년부터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민 정명재(36) 씨는 무더위 속에 죽어가는 철갑상어를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대학에서 물고기 양식 공부를 하고 양식장에서 2년 동안 실습까지 마친 정 씨는 고향으로 돌아와 철갑상어 3천 마리로 양식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키우던 철갑상어는 2년 전부터 폐사하기 시작해 살아남은 철갑상어는 현재 100여 마리에 불과하다.

그가 어렵게 생산에 성공한 어린 철갑상어 20만 마리도 모두 죽었다.

애지중지 키운 철갑상어들이 폐사한 것은 2년 전 양식장 주변에서 농공단지 조성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공사장의 소음과 진동으로 죽기 시작한 철갑상어들은 찬물을 공급하는 관정이 파묻히고, 공사 장비가 전선을 끊는 등의 사고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그는 집단 폐사한 철갑상어에 대한 보상을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정 씨가 운영하는 양식장 시설은 농공단지 조성 부지에 포함됐지만, 그가 양식장을 임대해 키워온 철갑상어는 공사시작 단계부터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철원군은 지난 2008년 1월 30일 철갑상어를 양식할 수 있도록 내수면 어업신고필증을 내줬지만, 농공단지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철갑상어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 씨가 소송을 통해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받아내고, 철갑상어 판매자가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적법하게 양도됐다는 신고확인증을 받아 보냈지만, 아직도 폐사한 철갑상어를 보상받을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관계법령상 철갑상어는 양식자가 아닌 판매자가 불법이 아님을 입증하게 돼 있다.

폐사한 철갑상어 보상문제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계류돼 있어 정씨는 앞으로도 1년 정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찬 지하수를 공급하던 관정이 묻히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끊어져 그 많던 철갑상어가 이제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철갑상어는 10년 정도를 길러야 수익이 나는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철원군의 한 관계자는 “농공단지 공사를 시작할 당시 정 씨가 철갑상어가 적법하게 양도됐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면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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