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덮칠 뻔한 내리막길 주차차량 기지로 막아

횡단보도 덮칠 뻔한 내리막길 주차차량 기지로 막아

입력 2014-07-16 00:00
업데이트 2014-07-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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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로 가로막아…대형사고 예방

광주의 한 경사길에서 횡단보도를 향해 돌진하듯 굴러가던 주차 차량을 60대 운전자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가로막아 대형 사고를 예방했다.

지난 14일 오후 6시께 광주 북구 연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내리막길인 아파트 맞은 편 도로에 주차 중이던 아반떼 승용차 한 대가 서서히 후진하기 시작하더니 도로 가에 있던 오토바이 한 대를 친 뒤 경사가 심해지자 더 빠른 속도로 100m가량 굴러내려 갔다.

차량 안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아래쪽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30∼50대 여성들과 어린이 등 20여명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마침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이 길을 올라가던 강경환(64)씨는 여성들이 갓길에서 손으로 X자를 그리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이내 3차선에서 2차선 쪽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아반떼 차량을 발견했다.

순간 강씨는 횡단보도 바로 위에서 자신의 차 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꺾은 뒤, 차를 세워 미끄러지듯 내려오던 아반떼 차량을 가로막았다.

돌진하듯 굴러내려 오던 아반떼 차량은 ‘쿵’ 하며 강씨의 차를 들이받고서야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 길은 76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앞으로, 정문 맞은 편과 200m 아래에 각각 기업형슈퍼마켓(SSM)과 중형마트가 자리 잡고 있어 늦은 오후에는 마트를 찾는 주민들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다.

차가 멈춰 선 지점의 횡단보도 바로 아래에는 사거리와 또 다른 횡단보도가 있어 강씨가 아니었으면 자칫 대형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강씨에게 ‘은인’이라며 고마워했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타난 아반떼 차주는 제동장치를 허술하게 해놓은 사실을 모른 채 잠시 마트에 들린 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강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40여년간 교편을 잡았던 강씨는 젊은 시절부터 취미로 레슬링으로 몸을 단련해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곤 했다.

강씨는 송정중학교 교장 재임 시절 레슬링팀을 창단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광주광역시레슬링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씨는 “횡단보도와 길가에서 아이들이 장난치며 놀고 있기에 평소보다 천천히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운전을 하던 중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순간 저 차가 저대로 돌진하면 아이들이 큰일 나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다친 곳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씨는 “경사길이라 가속도 때문에 상당히 세게 차를 박았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사해 다행”이라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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