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 500여명 울음 속 배웅…대전 현충원 안장

연일 계속되던 불볕더위조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불꽃처럼 살다간 소방 영웅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고개를 숙였다.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5명의 합동 영결식이 22일 오전 9시 강원도청 별관 앞에서 강원도장(裝)으로엄수됐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늘도 슬픈 듯 잔뜩 먹구름을 머금었다.

이날 영면에 든 소방공무원은 정성철(52) 소방령, 박인돈(50) 소방경, 안병국(39) 소방위, 신영룡(42) 소방장, 이은교(31) 소방교 등 5명.

이들은 지난 17일 세월호 수색 지원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추락한 헬기의 화염 속에서 산화했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고인들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1계급 특진·훈장 추서, 조사, 추도사, 애도사, 헌화, 조총 발사 등 순으로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유족과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각 시도 소방본부장, 동료 소방관, 국회의원과 정당인, 종교계와 언론계,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소방 영웅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들은 헬기가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려다 끝내 순직했다.

이들의 살신성인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1계급 특진 임용장과 공로장에 이어 추서된 훈장이 전달되자 유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최문순 지사는 조사에서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경포호와 소양호에서 멋지게 훈련했던 그대들이 어떻게 그렇게 산산이 부서진 모습으로 허망하게 갈 수 있단 말입니까”라며 순직 소방관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도했다.

김성곤 도 소방본부장도 추도사에서 “어떠한 재난현장이라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인명 구조에 나섰던 그대들은 진정한 영웅이요, 모든 소방관의 표상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애도사를 낭독한 특수구조단 동료 정장훈 소방장은 “나 자신, 내 가족보다도, 다른 많은 이들을 위해 살다 가셨기에 더욱더 아쉬움과 슬픔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성철이 형, 인돈이 형, 영룡이 형, 병국아, 은교야. 생사의 갈림길에서 두려웠던 모든 것을 이젠 벗어버리시고 새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세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소방장이 애도사를 읽으며 순직 소방관들의 이름을 부르자 유족들의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했다.

”아들아, 여보, 아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통함으로 영결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헌화하는 내내 유족들은 아들과 남편, 아빠, 삼촌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비통해했고, 소방 영웅들의 어린 자녀는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난 아빠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듯 그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육군 2군단 의장대에 의해 모두 9발의 조총이 발사되고 순직 소방관들의 위패와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움직이자 유족들은 또다시 오열했다.

소방 영웅의 영현을 모신 운구 차는 도청 청사 앞에 늘어선 동료 소방관들의 거수경례와 ‘영면하시라’는 울음 섞인 마지막 인사 속에 영결식장을 떠났다.

춘천시 동산면 안식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친 영현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했다.

합동안장식은 영현에 대한 경례, 헌화 및 분향, 하관, 허토, 묵념의 순으로 최고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하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족의 얼굴에는 굵은 눈물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동료 소방관의 슬픔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흐느낌으로 터져 나왔다.

영현은 ‘소방영웅들의 숭고한 소방정신 길이 빛나소서’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린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