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호수로 변한 4대강…보 수문부터 열어야”

환경단체 “호수로 변한 4대강…보 수문부터 열어야”

입력 2014-07-28 00:00
업데이트 2014-07-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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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각 수계별 대책위원회는 28일 “4대강 사업 후 3년간 본래 목표였던 ‘수질개선’과 ‘하천생태계 복원’은 찾아볼 수 없고 강이 호수로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장 시행 가능한 보 수문부터 여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11일 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 4대강 사업 현장을 방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정체된 수역에 서식하는 외래종 큰빗이끼벌레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하천의 흐름은 현저히 늦어졌다. 모래가 있어야 할 바닥에는 진흙이 쌓이고 악취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 준설을 통한 유수단면적의 증가, 보 건설에 따른 수심의 증가는 결국 유속의 저하로 귀결됐다”며 “총 27개 지점에서 유속을 조사한 결과 15개 지점은 과거보다 10배 이상 유속이 늦어졌고, 측정불가 지역인 12개 지점은 40배 이상 유속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상토(바닥에 퇴적된 흙) 중 실트(모래보다 가늘고 점토보다 거친 것)질의 비율을 보면 낙동강 20%, 영산강 20.5%, 금강 54.75% 등 평균 27.97%였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후 하천 바닥이 모래에서 진흙으로 급격히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금만 더 지나면 생물체가 전혀 살 수 없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는 “금강 공주보 상류의 저질토(호수와 저수지가 형성된 이후 쌓인 바닥층)를 조사한 결과 점도와 밀도가 매우 높아졌고 미세입자층이 두꺼워졌다”며 “강이 흐름이 있는 유수(流水) 생태계에서 흐름이 거의 없는 정수(停水) 생태계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하천의 변화는 정부 주장대로 이상기온과 폭염 때문이 아니라 댐·보 건설에 의한 물이 정체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우선 가능한 보 수문개방부터 실행해 물의 흐름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사무총장은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8억t 또는 13억t의 용수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도 이 용수를 어떻게 활용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4대강 사업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의 해체 및 재구성, 4대강 사업 관계자에 대한 정치권의 청문회 개최 등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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