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도 근로자’ 첫 판결 항소심서 뒤집혀

‘학습지 교사도 근로자’ 첫 판결 항소심서 뒤집혀

입력 2014-08-25 00:00
수정 2014-08-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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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종사자 늘고 있는 현실 외면한 판결” 비판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던 법원의 첫 판결이 22개월만에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노동 3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들이 법적으로도 노동자임을 점차 인정해 가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6부(윤성근 부장판사)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9명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노조법상으로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자의 법적 지위는 노조법상 근로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두 가지로 나뉜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단결권(노조 결성)과 단체행동권(파업 등)을 인정받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도 인정받으면 부당해고와 임금 미지급의 부당성 등을 주장할 수 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안정적으로 행사하려면 두 가지 지위를 모두 인정받아야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어느 하나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은 위탁계약에 따른 최소한의 지시만 받을 뿐 업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며 “회사와 사용종속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이 회사에서 받는 돈도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가 아닌 업무 이행실적에 따른 것으로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학습지 교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들로 구성된 조합도 노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능교육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고, 1999년∼2006년 회사와 단체 협약을 하며 상대를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조로 인정해 노동쟁의절차 등을 거치기도 했던 사정도 참작되지 않았다.

2007년 임금삭감에 반발하며 파업했다 해고된 재능교육 노조원들은 중노위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도 회사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어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었다.

재능교육 노조는 복직 요구 농성을 시작한 지 2천76일만인 지난해 8월 사측과 노사합의에 성공했지만 법률상 노조로 인정받고자 이번 소송을 계속해왔다.

유득규 재능교육 노조집행위원장은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들이 사법부에서 노동자로 인정해 주지 않아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법률상 노조로 인정받기 위해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조현주 변호사는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법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런 노동자들을 사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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