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금공장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49명 부상

대구 도금공장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49명 부상

입력 2014-12-10 00:00
업데이트 2014-12-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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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로리 기사, 차아염소산염을 염소탱크 아닌 황산탱크에 주입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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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공장서 화학물질 유출…46명 부상
대구 공장서 화학물질 유출…46명 부상 110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염이 누출돼 소방당국과 경찰이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근로자 46명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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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송되는 근로자
병원 이송되는 근로자 10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염이 누출돼 피해 근로자들이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소방당국이 구미화학센터의 장비와 인력을 출동시켜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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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화학물질 누출사고
대구서 화학물질 누출사고 10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염이 누출돼 근로자 1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이 구미화학센터의 장비와 인력을 출동시켜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환자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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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해물질 누출사고
대구 유해물질 누출사고 10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염이 누출돼 근무 중이던 근로자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이 구미화학센터의 장비와 인력을 출동시켜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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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도금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9명이 부상했다.

탱크로리 기사가 차아염소산염을, 염소탱크가 아닌 황산탱크에 주입하는 실수를 저질러 염소산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이다.

유해화학물질 처리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에서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사고 발생

10일 낮 12시 23분께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의 도금공장인 영남금속에서 차아염소산염(hypochlorite)이 황산과 섞이면서 생긴 염소산 가스가 유출됐다.

2만ℓ 용량의 탱크로리에서 차아염소산염을 영남금속 저장탱크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아염소산염 저장탱크가 아닌 황산탱크에 주입하는 실수를 했다.

차아염소산염은 도금과정에서 생기는 시안(유독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정화처리하는데 사용되며, 살균제와 표백제 등으로도 쓰인다.

화학물질 전문가는 “차아염소산염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안 된다. 염소나 황산과 만나면 염소산 가스가 발생한다. 이 걸 흡입하면 염산으로 바뀐다. 염산이 폐에 들어가면 폐가 녹는다. 따라서 차아염소산염이 아닌 염산가스 누출에 준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고로 인해 현장 주변에 있던 김모(28)씨 등 이 공장 근로자와 근처 다른 공장 직원 등 모두 49명이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구의료원과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등에서 치료 중인 이들은 차아염소산염에서 생긴 염소산 가스를 마셔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등을 호소하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독물질이 증기 형태로 유출됐고, 사고 공장에만 50~60명의 근로자가 있었던 만큼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구미화학센터의 장비와 인력을 출동시켜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10여m 떨어진 인쇄공장의 한 직원(54)은 “사고가 났을 때 구역질이 날 정도로 표백제 냄새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

염소탱크에 주입해야 할 차아염소산염을 황산탱크에 100ℓ가량 주입하다가 염소산 가스가 발생했다.

황산탱크에는 1t 가량의 황산이 남아있었지만 다행히 폭발이나 화재 등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비산된 염소산 가스는 인원이 밀집된 곳으로 이동하면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다.

차아염소산염은 탱크로리에 실려 공장으로 반입됐고, 유독물관리자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탱크로리 기사(나모·46)가 직접 주입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과 환경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탱크로리 회사 측은 “영남금속에 도착한 뒤 직원을 불러 지휘 및 통제 하에 차아염소산다를 배관에 연결했다”고 밝혔다.

사고현장에는 저장규모 2t의 황산탱크 2기와 20t 규모의 차아염소산염 저장탱크 1기가 나란히 있다.

보호장구 없이 주입작업을 하던 나씨는 가장 많은 양의 염소산 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금속은 사고가 난 뒤에도 소방당국 등이 공장가동을 중지시키기 전까지 근로자 대피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2시간 가량 계속해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경찰 수사

경찰은 탱크로리 기사 나씨가 직접 차아염소산염 주입작업을 한 것이 환경관리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사고 당시 이 업체 유독물관리책임자 등의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

또 사고 수습이 끝나는대로 공장 관계자 등을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주변 지역에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알아볼 계획이다.

경찰은 조사결과 공장 관계자 및 나씨의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치명적인 차아염소산염

살균제와 표백제로도 사용되는 차아염소산염의 증기는 공기 중 농도가 0.1% 이상이면 인체에 유해하며, 과다흡입하면 점막이나 폐 손상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유독물질로 알려져 있다.

황산과 만나면 염소산 가스로 변하고 호흡기로 들어오면 염산으로 바뀌는 만큼 단순 증기 유출이 아닌 염산 유출에 준하는 사고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우익 계명대 동산의료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차아염소산염은 의료용으로도 쓰이지만 짧은 시간에 얼마만큼의 농도를 흡입했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외국에서 심근염을 포함한 호흡곤란 사례도 보고된 만큼 이번 사고로 부상한 환자들에 대한 심장, 호흡기 등을 검사·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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