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술집’ 라운지클럽 애매한 처벌규정 논란

’무늬만 술집’ 라운지클럽 애매한 처벌규정 논란

입력 2015-01-04 10:39
수정 2015-01-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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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영업규정 피하려 ‘무대 없이’ 속속 개업

지난달 31일 밤 서울 홍대입구 피카소거리의 한 라운지 클럽 앞.

클럽이 영업을 시작한 직후인 오후 10시께부터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껏 화려하게 치장한 젊은 남녀들이 2014년의 ‘마지막 밤’을 즐기려고 길게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에 문을 연 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 라운지클럽 안에 입장하자 200㎡ 넓이의 홀 중앙에는 DJ가 틀어주는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일 관할 구청과 법원에 따르면 라운지클럽은 무대와 특수조명이 설치된 기존의 힙합클럽 등 일반 클럽과 달리 무대 없이 음악만 크게 틀어놓고 술집처럼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운영되는 곳이다.

현행법상 무대가 마련된 주류 판매 업소는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유흥주점은 소방안전시설 설치 규정이 엄격한 데다 세금도 일반음식점보다 4배가량 더 많이 부과된다.

이런 탓에 최근 홍대와 이태원 등 유흥가에 잇따라 라운지클럽이라는 간판을 단 업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무대 시설 등만 갖추지 않았을 뿐 사실상 ‘무늬만 술집’인 라운지클럽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말 홍대의 한 유명 힙합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를 해놓고 무대 시설과 특수조명이 있는 유흥주점을 불법 운영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됐다. 또 이 클럽은 폐업 후 다른 곳으로 영업장소까지 옮겼다.

반면에 이 라운지클럽의 경우 똑같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했다가 관할 구청 단속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심 재판부는 라운지클럽 대표 우모(35)씨가 유흥주점 영업을 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우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우씨는 ‘별도로 조명이나 무대 시설을 설치한 적이 없고 손님들에게 춤을 추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우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한영환 부장판사)는 “식품위생법은 일반음식점에 대해 손님이 춤을 추도록 허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흥주점 영업행위는 유흥 종사자를 두거나 손님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무도장을 설치하고 영업을 한 경우”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새로 등장하는 유형의 각종 클럽이나 술집 형태를 보면 무도장 등 특수 시설 설치 여부만으로 유흥업소 영업을 했는지 가려내기 어렵다”며 “엄밀히 말하면 이런 신종 업소들은 결국 단속 규정을 피하려는 ‘변칙 영업’인 셈이어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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