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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오른 ‘송어’·찬밥 신세 ‘빙어’…엇갈린 운명

몸값 오른 ‘송어’·찬밥 신세 ‘빙어’…엇갈린 운명

입력 2015-01-14 10:31
업데이트 2015-01-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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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송어 생산량 줄었지만 시세·겨울축제 수요↑소양강 상류 메말라 빙어축제 취소…판로도 뚝 끊겨

눈과 얼음을 주제로 열리는 강원지역 겨울 축제의 대표 어종인 ‘송어’와 ‘빙어’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몸값 오른 송어, 찬밥 신세 빙어
몸값 오른 송어, 찬밥 신세 빙어 제8회 평창 송어축제가 20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개막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맨손으로 송어 잡기를 체험하고 있다(왼쪽). 한편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 앞 대청호에서 어린이들이 갓 낚아올린 빙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평창군·연합뉴스
14일 강원도와 강원지방기상청, 도내 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철원의 강수량은 684.4㎜로 평년(1천391.2㎜)의 49.1%에 불과했다. 또 춘천과 홍천은 각각 674.4㎜와 703.5㎜로 평년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간 동해안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0.3㎜로 평년(38.3㎜)의 1%에 그치는 등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가뭄은 겨울철 대표 어종인 송어와 빙어의 운명도 갈라놨다.

전국 연간 생산량이 3천t인 송어는 가뭄으로 올해는 예년보다 생산량이 30% 줄었다.

하지만, 송어 시세는 지난해 ㎏당 9천원선에서 올해는 ㎏당 1만2천원으로 3천원가량 올랐다.

2005년 유해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 사태와 2006년 수해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2007년부터 시작된 평창 송어축제의 성공에 힘입어 송어를 소재로 한 겨울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우후죽순 생겨나 송어의 몸값이 한껏 올랐기 때문이다.

송어의 귀한 대접은 전국 생산량의 55%(1천600여t)를 차지하는 강원도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도내 최대 송어 생산지인 평창과 정선 등지의 양식업계는 겨울축제장에 물량을 공급하느라 바쁘지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개막하거나 개막을 앞둔 송어 관련 축제장은 ㎏당 1만2천원의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20일부터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열린 평창 송어축제는 가뭄 이전인 지난해 9월에 이미 ㎏당 8천500원에 계약을 한 덕에 현시세보다 싸게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가뭄의 영향으로 송어 생산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판로와 시세 측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극진한 대접을 받는 셈이다.

평창군 미탄면의 호림산업 대표 이영진(49)씨는 “송어와 이를 활용한 축제는 겨울철 맛과 여행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우려로 제철인 송어의 수요마저 늘면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일 상한가를 치는 송어와 달리 은빛 호수의 요정인 ‘빙어’는 쓸쓸한 겨울시즌을 보내고 있다.

원조 겨울축제인 ‘인제 빙어축제’가 가뭄으로 무산되면서 판로마저 끊겨 찬밥 신세다.

1998년 시작된 인제 빙어축제가 극심한 가뭄으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뭄 탓에 소양강댐의 수위는 역대 1월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위인 164.36m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빙어축제를 앞두고 300만평 규모의 광활한 얼음벌판을 이루던 인제군 남면 소양호 상류는 맨바닥을 드러낸 채 앙상한 자갈밭으로 변했다.

무산된 빙어축제 탓에 빙어를 잡아 축제장에 공급해온 인제군 남면 소양호 어민들도 빙어만큼이나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지역 어업계원 60여명은 해마다 겨울철 15t∼20t의 빙어를 잡아 이 중 상당수를 축제장에 공급해 2억원 가량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축제가 무산되면서 그물로 잡아 올린 빙어의 판로가 끊겼고, 관광객의 발길도 뜸해져 빙어 소비도 줄었다.

찬밥 신세가 된 빙어 시세는 활어의 경우 ㎏당 1만원에서 올해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어민들은 소양강 하류에 나가 그물이라도 던져 빙어를 낚아 올리지만, 활어를 제때 팔지 못해 냉동보관하기 바쁘다. 냉동 빙어는 고작 ㎏당 1천원선이다.

김종태(62) 인제 소양호 어업계장은 “빙어축제의 무산으로 지역 경제가 이처럼 황폐화된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이라며 “어서 빨리 가뭄을 극복해 빙어축제와 빙어가 예년의 전성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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