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가족입니다”…해 넘겨 ‘풍찬노숙’ 비정규직

”우리도 가족입니다”…해 넘겨 ‘풍찬노숙’ 비정규직

입력 2015-01-23 07:12
수정 2015-01-2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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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LGU+ 비정규직 93일·127일째 거리 농성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복판의 도로.

SK브로드밴드 지역센터 소속 비정규직 노조원 111명이 열 걸음을 걷고 나서 바닥에 엎드려 절하기를 반복하는 ‘십보일배’를 이어갔다.

시민의 무관심 속에서 ‘SK 말로만 윤리경영, 뒤에서는 노동착취’ ‘진짜 사장 나와라’ 등의 문구가 적힌 붉은색 조끼를 입은 이들의 표정엔 결연함이 묻어났다.

앞선 21일 오후 9시께 중구의 LG유플러스 본사 앞.

사장 면담 요구 농성을 마친 LG유플러스 지역센터 소속 비정규직 노조원 100여명이 단열재, 담요 등을 깔고 자리에 누울 채비를 했다.

남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으려고 소형 텐트를 치려 했지만 이마저도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결국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체온에 의지해 밤을 지새웠다.

을미년 새해가 밝은지 20여일이 지났지만 통신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그대로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서비스 기사들이 거리에 나선 지 23일로 각각 93일, 127일을 맞았다.

인터넷과 IPTV 설치·수리 등을 담당하는 이들은 ▲ 다단계 하도급 근절 ▲ 고용안정 보장 ▲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복리후생 등을 요구하며 작년 3월 민주노총 산하 희망연대노조를 결성하고 11월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특히 시간 외 수당 없는 저임금과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다단계 재하도급으로 인한 만성적인 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파업 중에도 외주업체 협력사 사장단, 원청업체가 권한을 위임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협력사 사장단과 경총이 원청의 승인 없이는 실질적인 결정 권한이 없는 탓에 교섭에 사실상 진전이 없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나마 SK브로드밴드 노조는 지난 6일 본사 점거농성 끝에 원청과 면담한 데 이어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집중교섭 기간에 이번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이달 초부터 시작한 집중 교섭이 지난 15일 중단된 이후 전혀 진전이 없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지부진한 협상 탓에 해가 바뀌어도 이들 노동자의 하루는 여전히 차가운 거리에서 시작하고 끝이 난다. 조합원들의 건강은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

LG유플러스 대구수성지회 조합원 황모(41)씨는 파업 장기화로 지병이던 허리디스크가 악화해 거동할 수도 없다. 800만원이나 되는 수술비에 치료 기간만 1년이어서 가뜩이나 파업으로 생활이 버거운 가족에게 짐을 안기게 됐다.

SK브로드밴드 의정부지회 조합원 용모(32)씨는 온종일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있다가 구호를 외치러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한 탓에 무릎 뒤쪽에 심한 염증이 생겨 진통제를 먹어가며 견디고 있다.

박재범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대기업에서 일한다고 자부했던 서비스 기사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등 원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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