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9조 세계로 미래로 연락회’ 주관 1천179차 집회에 300여명 참석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본으로 한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20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천179차 수요집회에 참가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와 시민 300여명이 한 목소리로 일본 평화헌법 9조를 읽어내려갔다.
이날 수요집회는 반전·평화 운동을 하는 일본 시민단체인 ‘헌법9조 세계로 미래로 연락회(9조련)’가 주관했다. 이 단체 소속 회원은 15명이 집회에 동참했다.
아사노 켄이치 9조련 공동대표는 “일본 국민으로서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종전과 식민지 해방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침략과 강제 병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베 총리는 과거를 직시하지 않고 사과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켄이치 대표는 “우리 일본 국민들은 식민지 피해를 입은 동아시아 국민들과 강하게 연대해 아시아의 평화를 도모하겠다”며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가 국제 결의로 굳어지도록 열심히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우익단체가 전날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말뚝과 찌그러진 위안부 소녀상을 나눔의 집과 정대협에 보낸 것을 두고 “제2의 성범죄와 다름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도 “일본 우익단체가 무릎꿇은 채 찌그러져 있는 소녀상과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조그마한 막대기를 보내왔다”며 “(이는) 압박이나 협박이 되지 않는 보잘것없고 치졸한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익단체들은 이같은 방식으로는 사회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자신들도 약자이면서 같은 약자를 비난하고 증오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해소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이나 위치를 세우려고 하는 잘못된 예”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9조 개악 시도를 비판하는 한편 “아베가 그 헌법 9조를 바꾸려고 하고 전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자위대를 세계 각지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도와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또 일본 정부에서 사죄와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힘써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일본 대사관을 향해 어김없이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요구 등을 담은 ‘평화의 함성’을 질렀다.
9조련은 2008년부터 매년 한 차례, 지금까지 모두 8번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주관했다. 전날 입국한 이들은 나눔의 집과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한 데 이어 안중근기념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을 방문한 뒤 21일 출국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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