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체포 놀이’로 멍투성이…맞은 애만 있고 때린 애는 없다고?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동급생끼리 일명 ‘체포놀이’(형사와 범인으로 역할을 나눠 붙잡는 놀이) 도중 일어난 폭행 사건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A군 부모는 30일 몸 곳곳이 멍들어 있는 A군사진과 폭행 내용, 해당 학교가 증거와 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경미한 조치만 취했다는 글 등을 인터넷에 올렸다. A군 부모는 “제 아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자폐 아동으로 수업을 듣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반 급우에게 체포놀이로 위장된 폭행에 수시로 끌려다녔다”며 “지난 5월 13일에는 어른들에게 털어놓았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들에게) 정강이를 발로 차이고 화장실에서 성기를 잡아 뜯기는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A군 부모는 지난 5월 11일 아이의 팔, 배 등에서 멍을 발견하고 다음날인 12일 담임교사를 찾아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교사는 관계 기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관련 학생들을 불러 사실 여부만 확인했다.
통상 2주일 안에 열리도록 돼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학교가 (폭행 사건을) 인지하고 17일이 지난 5월 29일에서야 열렸다. 학폭위는 ‘2015년 종업식 때까지 한 교실에서 가해 학생들의 접촉 및 보복 행위 금지, 학생 및 학부모 특별 교육 각 2시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부모는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해당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때리거나 꼬집거나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진행한 2차례의 같은 반 학생들에 대한 개별 면담에서도 목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폭위를 4차례나 개최할 정도로 학교 측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피해 아동 학부모가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청구한 재심이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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