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폐쇄 해제 앞둔 삼성서울병원’긴장·기대 교차’

부분폐쇄 해제 앞둔 삼성서울병원’긴장·기대 교차’

입력 2015-07-19 16:42
수정 2015-07-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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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간 부분폐쇄…직원·가족 ‘메르스 병원’ 낙인으로 고통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썼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부분폐쇄 해제 하루 전인 19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병원 주변은 아직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출·퇴근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입원 환자의 보호자 등 소수의 사람만이 병원을 오갈 뿐, 드나드는 사람이나 차량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병원 본관 입구에는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신분증 검사와 발열 체크를 하고 ‘이상 없음’이 확인된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제는 버스나 지하철, 주요 거리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이 병원에서는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의료진에 대한 격리가 해제되고, 내일이면 부분폐쇄가 해제되지만, 병원에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 확산을 우려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이 병원은 지난달 14일, 열흘 뒤인 24일까지 외래환자를 받지 않는 등 병원을 부분폐쇄하겠다고 밝혔으나 병원 내 감염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부분폐쇄 기간이 계속 연장됐다.

보건당국은 이달 4일 이후 메르스 환자 발생이 멈추자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가 14일임을 고려해 이달 20일 부분폐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38일 동안 병원이 사실상 폐쇄된 동안 의료진이 겪은 고통도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감염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게 이 병원 직원들의 전언이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완치된 간호사 A씨는 “처음엔 메르스를 강한 감기바이러스쯤으로 생각했는데, 젊고 건장한 남성 환자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것을 보며 심각한 질환이라는 걸 느꼈다”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환자가 돼 입원하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었다”고 떠올렸다.

A씨는 “막상 내가 환자가 되고 보니 감염에 대한 공포에도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적잖이 감동했다”며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환자를 위해 어떤 것이든 할 각오를 더 굳게 다졌다”고 말했다.

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됐던 의사 B씨 역시 “병원 밖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많았지만, 안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무엇보다도 커, 개의치 않고 치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B씨는 “14번 환자에 대한 진단이 늦어져 메르스가 확산한 데 대해 병원 직원 모두가 죄송한 마음을 갖고 아쉬워했다”면서도 “실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환자 또한 제한된 공간에서 관리되고 있는데, 마치 병원 전체가 메르스로 인해 위험한 지역처럼 여겨져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이 학교나 직장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B씨는 “마치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것 자체가 메르스 감염인 취급을 받는 오해도 있었다”며 “어린 자녀들이 상처받을까 걱정하는 동료들을 보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메르스 병원’으로 알려지면서 소독업체에서도 방문을 꺼려 의료진이 직접 나서 병원 구석구석을 소독하기도 했다.

의료진에게서는 ‘메르스 사태’로 실추된 병원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결의도 읽혔다.

B씨는 “이제까지 우리 병원이 국내에서는 감염관리를 가장 잘하는 병원 중 하나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한계와 부족한 부분이 발견된 만큼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 이전의 명성을 회복하자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던 환자가 병원폐쇄로 불편함을 겪어 죄송스럽다”면서 “의료진 모두가 재개원 이후 환자들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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